세브란스 박정수 교수, 암센터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초안 정면 비판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국립암센터가 최근 발표한 무증상 일반인에게 초음파 검사를 권고할 근거가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갑상선암 검진권고안 초안에 대해 임상 현장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 박정수 교수는 22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국립암센터의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을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제 국가기관에서 국민이 암검진을 받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고 나올 모양”이라며 “국내 갑상선암의 95%를 차지하는 유두암은 천천히 퍼지는 특성이 있어 다른 암처럼 시간을 다퉈 수술할 필요는 없지만 늦게 발견되면 치료도 힘들어지고 사망률도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각종 해외의 연구 자료를 근거로 무증상이더라도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포괄적 암 네트워크 보고에 따르면, 전체 갑상선암의 50%는 무증상으로 건강검진이나 다른 수술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된 것이고, 나머지 50%는 증상이 없는 결절로 발견되는 등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갑상선암이 증상이 있는 경우는 암이 커져 주변의 장기를 침입하거나 압박해야 할 때”라며 “암의 크기가 작아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암덩어리가 커도 사람에 따라 증상을 못 느끼는 경우가 있다. 결국 증상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유두암의 경우더라도 병기가 진행될수록 5년 생존율이 떨어지며 치료 성적이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암협회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유두암의 1~2기의 5년 생존율은 100%지만 3기는 93%, 4기는 51%로 떨어진다.

여기에 여포암의 경우도 1~2기는 100%, 3기는 75%, 4기는 50%까지 생존율이 떨어지는 등 암이 늦게 발견될수록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988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에서 치료한 증상이 없는 1cm 미만의 갑상선암 환자 2만9,000여명에 대한 조사에서도 갑상선암 주위에 퍼진 암이 조사 대상자의 16.6%에 달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갑상선암 검진권고안은) 좀 더 일찍 치료하면 100% 고칠 수 있는 갑상선암을 현재 치료 성적이 99%에 달하니 이제 암 발견을 위한 검진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게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권고할 근거가 없다고 했는데 납득할 만한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가 갑상선암 검진 진료가이드라인을 학술단체가 아닌 국가기관에서 정하며, 갑상선암 발견을 위한 검진을 막아야 한다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라며 “증상이 없으면 갑상선암 검진을 하지 말라는 말이 21세기 문명국가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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