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제약업계 공정경쟁규약 강화, 리베이트 포상금제도,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제약사들 스스로 영업·마케팅 규정을 강화하고, 정부는 리베이트 내부고발자에게 포상금을 주고, 리베이트 받은 의사들까지 처벌하며, 리베이트 두 번 이상 하면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내용의 제도들이다. 한마디로 제약사와 의사 간 불법리베이트를 원천 봉쇄코자 시행된 것들인데, 이 이상 리베이트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법이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러나 정부 등의 바람 또는 이상이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달 초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의 발표에 따르면, CMG제약은 2010년 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의사와 약사에게 자사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15억6,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정부의 강압에도 굴하지 않는 그 당당함(?)이 감탄스러울 정도다.

사실 제약업계 안팎에선 수년전부터 정부가 아무리 단속과 법을 강화해도 CMG제약 같은 제약사들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는, 아니 오히려 더 음성적이고 치밀한 리베이트가 판을 칠 것이라고는 예언(?)들이 나왔었다. 파는 사람(제약사)은 많은데 사는 사람(의사)은 적고, 리베이트를 원하지 않는 ‘갑’이나 원치 않아도 주고자 하는 ‘을’이 없을 리 만무하다는 등이 이유였다.

특히 정부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덜(?) 한 중소 제약사들 중 ‘튈’ 수 있는 기회를 노리는 곳이 적잖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이 예언들이 현실에서 이뤄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이를 언급한 것은 리베이트가 불가피하고,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음을 지적하기 위함이 아니다.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 정책들은 관행이란 포장지를 벗겨냈고, 실제로 억제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아마 정부는 CMG제약과 같은 사건이 몇차례 나오면 또다른 강경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리베이트 포상금제, 쌍벌제에 이어 이번에 투아웃제까지 일련의 제도들이 나온 배경을 보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또다른 강경한 정책이 나온다면 제2의 CMG제약이 안 생길까.

리베이트 근절은 말 그대로 ‘이상’일 뿐이다. 정부가 자주 비교하는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리베이트는 근절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 나라들이 리베이트가 적발될 때마다 채찍의 수를 더했을까. 강공(强攻)만이 정답은 아니란 의미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허용 가능한 리베이트 범주를 정해주는 것도 고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벗어난 이들에게 채찍이 아닌 칼을 드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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