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환자단체, 세브란스에 진상규명 요구…의료분쟁조정법 개정도 촉구

[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의료진의 미숙한 대처로 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故 전예강 양 가족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세브란스병원에서 1인 시위에 나서자 이를 돕기 위해 환자단체가 나섰다.


故 전예강 양 가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1일 오전 연세암병원 앞에서 ‘9살 전예강 응급실 사망 진상규명 및 미숙련 의료인 시술, 검사로 인한 환자 피해 최소화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월 사망한 전예강 양의 사연은 최근 열린 ‘제10회 환자 샤우팅 카페’에서 처음 소개됐다.

전 양은 사망 사흘 전부터 계속된 코피 때문에 동네 내과, 이비인후과, 종합병원을 거쳐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적혈구와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의 1/3에 불과한 응급상황이었지만 빠른 수혈이 이뤄지지 않았고, 간호사가 전 양의 신체를 억제한 상태에서 레지던트 1년차 2명이 번갈아가며 40여분 동안 요추천자 시술을 5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전 양은 쇼크로 사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환자단체연합회는 “예강이 사건은 더 이상 한 가족에게 닥친 불행한 의료사고가 아니라 환자 전체의 의료사고 및 안전한 응급실 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공익적 사건“이라며 ”예강이 가족과 함께 ‘NO 의료사고, Change 의료분쟁조정법, Make 안전한 응급실’을 슬로건을 내건 대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병원의 진상규명 및 사과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 ▲숙련된 의료인으로 교체할 수 있는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환자단체는 “세브란스병원은 예강이가 왜 죽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하며, 유가족 측에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한다”며 “이어 국회는 의료분쟁조정법의 개정을 통해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은 조정을 신청해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거나 14일 동안 응답을 하지 않을 경우 조정신청이 각하된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이같은 조항으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전체 의료분쟁 조정신청 건수의 58.6%가 각하됐다.

정부와 의료계에 의료인의 미숙련된 검사·시술 등으로 환자의 고통이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할 경우, 숙련된 의료인으로 교체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또 환자 역시 숙련된 의료인으로 교체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환자단체는 “환자들이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대학병원을 찾는 이유는 전문의로부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신뢰 때문”이라며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상당 부분은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에 의해 제공되는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숙련 전공의의 거듭된 시술·검사 실패로 환자의 고통이 가중되는 경우, 전문의나 숙련된 의료인으로 교체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라며 “환자도 숙련된 의료인으로 교체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 또한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 양 가족은 딸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난 예강이(www.iamyekang.com)’ 사이트를 개설하고 사건개요를 비롯해 요구사항, 의무기록 및 CCTV 영상 등의 자료를 일체 공개하고 의료인들의 객관적인 감정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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