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관리시스템 등 도입…공보의들 "원격의료 시범사업용 아니냐" 의혹 제기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최근 일부 보건소와 보건지소, 보건진료소에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 명목으로 원격의료 시스템이 도입돼 주목된다.

강원도 지역 내 보건소와 보건지소, 보건진료소는 원격의료를 위한 의료기기 등 제반시설 구축이 한창이다.

강원도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농어촌 원격의료 시범사업’ 지역으로, 이미 의료인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강원도는 이 사업을 확대해 보건소와 보건지소, 보건진료소를 중심으로 만성질환자들의 건강을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부 보건소와 보건지소, 보건진료소에는 원격의료 관련 다양한 장비들이 새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지역 한 보건지소에 설치된 원격의료 관련 기기는 ▲체성분측정기 ‘인바디’ 1대 ▲심전도 기기 1대 ▲원격건강관리시스템(카메라 장착된 모니터·서버) ▲혈액검사 기기 1대 ▲ASUS MEMO PAD 5대 ▲LG Lifegram 5대 등이다.

이번에 설치된 기기는 최소 2,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것이라는 게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의 말이다.

강원도청 보건정책과에 따르면 이처럼 원격건강관리 시스템이 설치되는 보건기관은 총 153개소이며, 속초의료원을 비롯해 춘천성심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이 협력 의료기관으로 참여한다.

또한 의료기기 사용법을 비롯한 원격의료 시범사업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오는 28일 해당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소속 공보의를 대상으로 직무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공보의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용 아니냐” 의혹 제기

하지만 이를 두고 일선 공보의들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에도 활용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강원도 지역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보의 A씨는 “정부가 당장 9월에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한다”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기존 의료인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 모델에 건강관리 시스템을 추가하고 이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으로 확대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인 간 원격의료도 혈압과 혈당 수치만 기입한 서류에 사인하는 정도로 진행했지만 공무원 평가도 하지 않고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쳤다. 그래도 평가는 좋게 나왔다”며 “이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실효성이 있다는) 답을 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만성질환자 건강관리를 위한 원격의료 시스템 자체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소나 보건지소, 보건진료소를 이용하는 만성질환자 대부분이 스마트폰 사용도 익숙치 않은 60~70대 노인인데, 이들에게 스마트워치, 태블릿PC 등을 지급해 운동량 등을 직접 기록·관리하도록 한다는 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강원도 지역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보의 B씨는 “스마트워치나 태블릿PC를 이용해 식단을 찍고 운동량을 측정해 보건소나 보건지소로 갖고 오면 공보의들이 그 자료를 중앙전산시스템으로 전송하고 이를 통해 영양사나 운동 처방사가 식이조절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양사가 식단을 보고 칼로리나 영양을 분석해 건강관리에 활용한다고 하지만 식단을 찍는다고 해도 음식의 염분은 어느 정도가 되고 (노인들이) 어느 반찬을 얼마나 먹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영양분석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농사일로 바쁜데 상황에서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시대지만 2G 효도폰을 쓰거나 그마저도 어려워 집 전화만 사용하는 노인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태블릿PC나 스마트워치 같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라니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이런 방식은 20~30대 젊은 사람들에게 적용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 아니냐”고 비판했다.

강원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 아니다”

강원도 측은 준비 작업을 마무리해 오는 10월부터는 원격건강관리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치매 환자의 경우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해 협진 의료기관과 연계시켜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원격건강관리를 시행하기 위한 것일 뿐 복지부가 추진하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오는 9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강원도 지역 내 보건기관 2개소의 참여를 요청한 상태이며 내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청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기존 의료인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건강관리 영역으로 확대하는 차원에서 시행하려는 것”이라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복지부가 9월부터 시행하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강원도에서도 보건기관 2개소 정도가 참여해 달라고 요청을 해왔지만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여전히 내부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