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지난 4월 대한심장학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허혈성심질환 통합평가를 거부한 이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심평원 측은 ‘시험보기 싫다고 시험을 거부할 수는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고, 학회 측은 ‘심평원 업적 세우기 위한 전형적인 탁상 행정을 중단하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갈등이 계속되자 심평원 측은 사안을 중앙평가위원회(이하 중평위)로 넘겼다. 중평위는 심평원 내에 있는 독립기구로서 적정성 평가의 대상과 평가계획 등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중평위도 과거와 같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논란이 더 커졌다. 당시 참여한 위원들의 말에 따르면 ‘시험에 응하지 않으면 빵점 처리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평가에 참여한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에 대한 성적을 달리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학회와 뜻을 함께해 평가를 거부한 대학병원들은 점수가 낮고 평가를 받은 중소병원들은 오히려 높아지게 되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평가는 유명무실해지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알권리는 무시된다.

학회 측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일 회의 내용이 비공개였다는 것도 상당히 의아한 부분이다. 심평원 고위 관계자는 ‘중평위는 학회와 관계없는 심평원 내부 인력으로 구성된 조직이기에 (학회 측 인사가) 참여하지 않은 것’이며, ‘기존의 결정과 바뀐 것이 없어서 비공개로 했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 확인된 바로는 일부 위원들이 ‘심장학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냈으나 무시됐고 결국에는 중평위원장이 거수로 의견을 물어 ‘평가강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도 심장학회를 거들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적정성 평가를 뜯어 고치자’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각 전문학회들과 함께 적정성 평가 개선을 위한 별도의 ‘컨트롤타워’도 구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심평원은 이런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포괄수가제(DRG)와 폐렴 및 중환자실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오히려 더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의료의 질 관리를 위한 적절성 평가를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양한 평가 시스템 덕택에 지금처럼 높은 의료 수준에 도달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처음 평가를 시작했던 10여 년 전과는 상황이 너무나 달라졌다.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은 지속된 평가 덕에 상당부분 평준화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형식적인 평가에만 매달리면 의료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평가를 위한 행정적 업무는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부담해야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심평원은 여러 학회 및 병원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자칫하면 적정성 평가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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