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선홍]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형편이 어려운 필리핀 환아에게 ‘나눔의료사업’을 통해 새 삶을 선물해 주목된다.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팀은 지난 6월 17일부터 약 2개월간 ‘쇄항증’ 또는 항문막힘증이라 불리는 병을 앓고 있는 필리핀 환아 제사(Jessa Kriz Condez, 6세)에게 수술 및 치료를 시행했다.

제사는 선천적으로 항문이 없이 태어났는데, 생후 4일째 되던 날 복부가 부풀어 올라 필리핀 병원을 찾았고 질구에 위치한 직장과 통하는 조그마한 구멍을 확장시켜 겨우 묽은 대변을 보며 가까스로 일상 생활을 유지했다.

제사는 지난 2013년 필리핀 의료봉사를 하던 한 한국인 외과의사로부터 장기 내부감염이 진행되고 있어 한시라도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현지의 낙후된 의료기술과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서울성모병원은 필리핀 나보타스의 한 수녀회를 통해 제사의 딱한 사정을 듣게 되었고 병원은 매년 참여하고 있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 나눔의료사업과 연계해 제사의 수술과 치료 참여를 결정했다.

지난 6월 17일 보호자인 언니 하니씨(Hany, Joy Ruelyn Sangalia, 21세)와 함께 병원에 도착한 제사는 수술 전 확진을 위해 이명덕 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다. 입국 당시 수두 증세를 보여 격리치료가 추가되는 등 예상보다 수술 일정이 지체되었지만, 곧 컨디션을 회복하여 1차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25일 진행된 1차 수술에서는 과도하게 팽창된 중-하부의 직장을 완전히 새로 재단하여 날씬하게 만든 후 항문성형술을 시행했으며, 동시에 항문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임시로 배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루를 복부에 조성했다.

수술 도중 예상치 못했던 중복질(double vagina)이 발견되어 5시간 여 가량 소요되는 다소 복잡한 수술이 됐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7월 23일 2차 수술에서는 장루복원술을 시행했다. 1차 수술을 통해 만들어진 항문을 이용해 정상배변을 유도하기 위해 회복기간 동안 임시로 조성해 두었던 장루를 닫는 수술이다.

제사는 1차 수술 2주 후부터 기구(헤가 항문확장기)를 이용해 점차적인 항문확장술을 병행하고, 2차 수술 후 보호자의 손가락이 항문에 들어갈 정도가 된 뒤에는 귀국 후 제사의 항문관리를 위해 보호자가 손가락으로 직접 항문확장 시술을 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이 교수는 “소아외과에서 자주 시행하는 수술이지만 수술 후 귀국하면 곁에 두고 지켜볼 수 없고, 혹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조처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없는 곳에 거주하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치료를 완전히 끝내려고 했다. 또, 문제발생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한 관리법을 가르쳐 보내려고 계획한 점에서 보통 수술과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보호자로 동행한 언니 하니 씨는 “한국의 수준 높은 의술과 첨단 시설에 감동했으며,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 받을 수 있도록 선택된 것 자체가 최고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제사의 입원기간 동안 약 2,000만원의 수술 및 진료비용이 발생했지만 서울성모병원은 발생한 진료비 전액을 지원했다.

나눔의료사업은 지난 2011년부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몽골, 중동, 구소련 국가의 저소득층 환자와 청소년, 어린이에게 의료한류를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며, 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항공료와 체재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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