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청년의사 신문 조윤미] 최근 가장 주목받는 새로운 용어 중 하나는 ‘빅데이터’라는 말일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지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말이 나오면서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빅데이터란 오프라인과 온라인상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개인 습관과 정보들을 일컫는 말로, 이같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거나 개인의 행동, 수요와 시장 흐름 등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가공해 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부처나 기업마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벤처에 이어 또 하나의 붐이 일어나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다.

특히 의료분야의 빅데이터 활용은 최근 그 활용도가 주목받으면서 환자 진료기록 데이터, 임상 데이터, 의료영상 이미지 뿐 아니라 유전자 통계, 질병 정보, 생활·환경정보 등으로 범위가 급속히 넓어지고 있다. 의료 분야의 방대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빅데이터를 잘 활용할 경우, 의료진의 임상적 의사결정(Clinical Decision Making)을 돕고 환자에게는 맞춤형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유전성 질환의 조기발견과 예방이나 재활치료, 전염성 질환에 대한 효율적인 발제대책 마련 등 공공영역에서의 보건의료 서비스에 기여하는 바도 클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의 선결 조건은 바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분석할수록 더 유의미한 정보를 적은 시간과 자원으로 찾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노력은 민간영역과 공공영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전세계 익명의 개인 1,700명으로부터 유전자 정보를 취합하여 ‘아마존 클라우드’에 저장해 누구나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이 데이터의 이용은 무료이며, 컴퓨팅 서비스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미국 정부는 헬스케어와 보건 IT를 포함한 빅데이터 지원 정책에 2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SNS를 통해 얻어지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데이터도 연구범위에 포함한 바 있다.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보험 가입자의 진료기록이 하나의 정부조직에 축적되고 있고, 전 생애에 걸친 정기적인 건강검진 체계를 갖춘 우리의 경우 의료분야에 있어 빅데이터의 활용가능성에 대한 기반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풍부하다 할 것이다.

문제는 축적된 정보를 개별 기관이 독점적으로 가지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빅데이터 활용을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조직 내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전담 부서와 인력을 배치하고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타 기관이나 연구자와 협력하여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의 사업을 임의적으로 펼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있는 반면 발생 가능한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사생활 침해 예방을 위한 정책방안이나 가이드라인,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복구 조치에 대한 정책, 개인이 가지는 자기정보에 대한 명확한 권리에 대한 일관된 정책 없이 부처마다 가지고 있는 정보를 이렇게 저렇게 활용하는 데만 급급하다면 결국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빅데이터 활용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유능한 데이터 과학자 확보가 미진한 국내 상황에서 기관마다 따로 공공 정보를 활용하는 체계를 운영한다면 정보의 효용성은 낮아지고 효율은 떨어져 비용부담만 증가할 수 있다. 빅데이터의 활용은 데이터를 생성한 기관과 별개의 전문조직에서 일관된 기준과 공익성, 효율성 등을 평가하여 우선적으로 필요한 정보의 생산에 활용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다부처 정보가 통합 활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 취합에서부터 통합 관리돼야 하며, 정보의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응방침이 마련된 상태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의료정보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얻게 될 공익이 분명한 반면 보호돼야 할 민감한 개인정보라는 점에서 국가단위에서의 통합적인 방침 없이 개별 부처나 기관이 유행 따라 가듯 조직을 신설하고 임의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민간에 제공하는 일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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