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6일 현재 1,779명이 감염됐고 이중 961여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거의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소규모 감염사례는 보고됐지만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된 적은 없었다. 에볼라의 인체 감염은 1976년에 최초로 보고됐지만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뚜렷한 매개체와 발병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고, 예방 관련 정보도 없다. 때문에 80년대 에이즈가 처음 보고됐을 때처럼 유언비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처럼 에볼라가 확산되자 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 수준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10개 관계부처 실·국장이 참석해 회의를 했다지만, 이 자리에서 나온 대책이라고는 지금까지와 같은 ‘검역을 잘하자’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정부의 기본 인식이 ‘국내 유입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검역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감염질환의 전파를 막기 위해 지켜야 할 가장 기초적인 조치다. 특히 에볼라는 최대 수주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에 추적관찰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검역당국은 에볼라 위험지역에 다녀온 국민들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 6월에 아프리카지역을 방문했다가 이달 1일에 귀국한 사업가가 설사 증세 등 감염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아 검사까지 받았으나 보건당국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 사업가는 동행자 3명의 연락처까지 신고했으나 정부로부터 확인전화도 없었다고 한다. 뒤늦게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유감을 표했으나 이미 국민들의 불안은 커진 상태다. 이러다 보니 ‘국내에 이미 감염자가 있다’는 괴담까지 인터넷에 돌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에볼라 같은 위험한 감염질환에 대한 적절한 진단시설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에볼라 등 신종 고위험 병원체의 진단과 조사, 백신개발에 필요한 검사를 담당하는 특수복합시설인 ‘생물안전 4등급(BL-4) 실험실’ 건립을 추진했지만 여러 해 동안 예산 문제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만약 에볼라가 국내에서 발생한다면 BL-4 실험실을 갖춘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거의 요행을 바라고만 있는 셈이다.

세계화와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염병에 있어 국경이 없어진 지 오래다. 비단 에볼라 바이러스뿐 아니라 중동호흡기 증후군이나 사스 등 감염질환은 인류를 꾸준히 위협하고 있다. 에볼라 확산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전염병 창궐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