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사업 대상 품목 비공개…제약업계, "선정기준 명확히 공개해달라"


[청년의사 신문 이혜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에 유통되는 의약품을 수거해 허가를 받은 후에도 그 품질이 유지되는지 점검에 나서기로 하자 제약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식약처는 '의약품 품질 동등성 검증 사업'을 위해 올해 예산 5억원을 들여 15개 품목에 대한 생동성시험과 비교용출시험에 들어가기로 했다. 4억원은 생동성시험에, 1억원은 비교용출시험에 사용된다. 오리지널도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사실상 제네릭들의 효과 재검증을 위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식약처는 당장 오늘(8월 1일)부터 의약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을 변경한 횟수가 많은 품목들에 대한 제품 수거에 나선다. 다만, 누가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을 언제, 어디서 수거할지는 모두 비공개다. 신뢰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유통의약품 품질검사 사업 왜 하나

그동안 소비자, 의료계, 언론 등을 통해 유통되는 의약품에 대한 품질이 허가받을 당시와 균등하게 유지되느냐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특히 ▲제네릭의약품의 허가 후 동등성 유지 ▲대조약의 허가 후 동등성 유지 ▲대조약과 제네릭 간 동등성 입증 유지 등에 대한 의심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사회적 문제제기가 지속되면서 식약처는 유통 의약품의 품질을 검증키로 결정했다.

예산 5억원을 확보한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의계, 약계, 제약단체, 업체, CRO, 소비자단체, 식약처 관계자 17인이 모여 '의약품 동등성 정책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며 이번 사업의 세부 계획을 세웠다.

자문단 회의를 거쳐 의약품 동등성 검증사업의 단기 계획이 마련된 것이 바로 대조약 2품목, 제네릭 3품목에 대한 생동성시험 실시와 대조약 5품목, 제네릭 5품목에 대한 비교용출 시험 실시다.

동등성 검증 대상제품 선정은 제품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료의약품분량(조성), 제조방법, 제조소변경, 원료공정평가(DMF) 등이 기준이며 최근 2년간 이런 기준을 자주 변경한 품목 50개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원료의약품이나 제조방법의 변경, 제조소를 변경하는 사항 모두 의약품 품질이 바뀔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좋은 원료를 사용해 만든 의약품과 그렇지 않은 의약품의 품질이 차이날 수 있다. 또한, 제약회사는 의약품 생산을 다른 곳에 위탁하거나 수탁할 수 있는데 의약품을 생산하는 곳의 시설 설비나 제조 공정 역시 의약품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약사는 이런 내용이 변경될 때마다 식약처에 허가사항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락테올 사건 역시 원료에 해당하는 균주 변경을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잃어 결국 전 품목이 허가를 자진 취하해야 했다.

따라서 식약처는 품목 허가를 받은 이후, 의약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만한 허가사항을 자주 바꾼 제약사의 품목을 우선적으로 정해 품질 검증을 실시하는 것이다.

동등성 비교는 2년 전 생산한 제품과 현재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직접 비교하는 방식이다.

다만, 올해 진행되는 사업에서는 대조약과 제네릭 간에 직접 비교는 실시하지 않는다. 식약처는 우선 대조약과 제네릭의약품 각각의 품질 동등성을 검증한 후에 향후 대조약과 제네릭 간에 직접 비교도 고려하는 중이다.

제약업계, "기준 명확히 공개해달라"

유통 의약품의 품질을 재검증하는 이번 사업은 제약업계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상 품목에 선정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지만, 대상품목으로 선정됐을 때 부담감이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제약사 관계자들은 이번 사업에 대한 질의를 통해 부담감을 나타냈다.

제약사 관계자들은 선정된 50품목 중 사업대상 선정기준, 생동성시험 실시 품목과 비교용출 실시품목 선정기준, 2년 전 생산품이 소진된 경우 제품 확보, 염 변경한 제품이 이번 사업의 대상이 되는지 등 실제 자사 품목이 선정됐을 때를 대비해 구체적인 사항을 물었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처방량에 대한 기준시기는 언제인지, 허가변경횟수가 같을 때 어떤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할지, 한 제약사의 품목이 중복으로 선정될 수도 있는지 등 제품 선정의 기준을 명확히 공개해 줬으면 한다. 분석시험에 들어가기 전에라도 공개해줘야 제약사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가진 다국적 제약사 역시 국내 제약사와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완제의약품을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세계 각지에 제조소가 있다보니 어느 제조소에서 의약품을 생산했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당시 수입한 품목이 다 소진됐거나 허가 당시와 성분함량이 달라졌다든가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제약사들이 이번 사업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제약사가 생산하고 있는 의약품이 지속적으로 품질관리를 하고 있느냐에 대한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결국 올해 12월 말에 동등성시험에 대한 분석평가를 거쳐 도출될 결과로 판가름 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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