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폐지·신입생 모집정지 등 요구…교육부 “시정 결과 확인 먼저”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지난달 서남학원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교육부가 패소하면서 서남의대 졸업생들의 학점·학위 취소가 요원해진 가운데, 재학생 학부모들이 교육부에 서남의대 폐지를 재차 요구하며 압박하고 나섰다.


▲ 교육부 앞에서 시위하는 서남의대 재학생 학부모들 정승원 기자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졸업생들은 학위 취소 위기에서 벗어나 구제의 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재학생들은 부실교육을 일삼는 서남의대에 다닐 수밖에 없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서남의대 재학생 학부모 20여명은 지난 29일 교육부 앞에 모여 서남의대 폐지를 비롯한 요구 사항들을 외치며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열악한 교육여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자식들을 그냥 볼 수 없다”며 “교육부는 각성하고 서남의대 폐쇄 조치와 재학생 편입학을 통해 학습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침몰하는 서남의대, 갇혀 있는 재학생들’, ‘졸업생은 법원이 살렸으니 재학생은 교육부가 살려내라’, ‘서남의대 임상실습 평가결과 공개하라’ 등의 피켓과 서남의대의 부실교육을 보여주는 도서관, 화장실, 휴게실 등의 사진을 들고 목청을 높였다.

한 재학생의 학부모는 “의대 폐지는 장기적인 과제일 것으로 생각해 그보다는 재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육부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2년 5월에 서남의대 폐과 조치가 발표됐는데 2014년 교육부는 뭘 하나”, “교육부장관은 신입생 100% 모집정지를 즉각 발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교육부를 비판했다.

학부모들은 서남의대 교수들이 낮은 학점을 주면서 학생들을 통제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모 교수의 경우 수 년 동안 학생들에게 불합리하게 F학점을 주면서 재수강을 하도록 했다.

한 학부모는 “어떤 교수는 ‘이 학교가 어떻게 되더라도 너희 재학생들은 졸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교수들이 학점을 갖고 학생들을 주무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학부모들은 교육부 박춘란 대학정책관이 서남의대 사태와 관련해 해결하겠다고 말 해놓고 실제로는 지지부진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박 정책관이 지난해 6월 국회에서 개최된 간담회에서 “진행 중인 행정법원 소송이 끝나는 대로 서남의대 사태를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행정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교육부가 서남의대 폐지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행정법원 판결이 나온 지 한 달이 넘었다. 교육부는 지금 당장 의대 폐과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며 “교육부 국장이 허언을 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 정책관이나 나승일 차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행되지 않았고, 담당 서기관과의 한 시간여 면담만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남의대, 시정명령 이행여부 전달…처분 시기는?

이날 서남의대 재학생 학부모들이 교육부 앞에서 시위를 한 것은 이날이 교육부가 서남의대로부터 시정명령 이행여부에 대한 문건을 전달받기로 한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4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관계자 등 전문가들과 함께 서남의대와 협력병원을 맺은 전주예수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실습교육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고,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29일은 서남의대가 이러한 교육부의 시정명령에 대해 이행여부를 정리해 문건으로 전달하는 마지막 날로, 학부모들의 관심도 서남의대의 이행여부 문건 제출과 교육부의 향후 계획을 추궁하는 데 집중됐다.

학부모 대표들은 오후 4시경 교육부 담당 서기관을 방문해 서남의대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특히, 교육부가 서남의대로부터 이행여부에 대한 문건을 전달받은 것을 확인하자 내달 20일 전후까지 서남의대에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요청했다.

지난해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내달 20일을 전후로 서남의대생들의 등록금 납부기간이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전에 교육부가 신입생 모집을 금지하는 행정처분 등을 시행해 조속히 서남의대 폐쇄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요구에 교육부는 서남의대의 시정명령 이행여부와 관련한 문건을 확인한 후 그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남의대에 대한 시정명령 이행여부에 관한 문서가 교육부로 제출됐다. 앞으로는 서남의대가 시정명령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우선로 서면심사를 진행한 뒤 실제 이행 여부가 의심되면 현장에 가서 판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처분을 내려도 서남의대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내달 20일 경까지 처분이 확정되기는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재학생들이 타 대학으로 편입학을 하기 위해서는 서남의대 폐지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서남의대 폐지를 위한 절차를 밝아가고 있다. 시간을 끄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남의대 재학생 학부모들은 내달 5일 교육부 앞에서 다시 시위를 재개할 예정이며, 7일 황우여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리는 날에는 국회에서의 집회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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