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등 4대 단체, 경찰 선발시 정신병력 조회 방침에 반발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경찰청이 앞으로 경찰공무원을 선발할 시 정신질환 치료병력을 파악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청은 최근 경찰 공무원 선발 시 지원자의 정신병력을 파악하고 심층면접을 통해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내용의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응시자 동의 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최근 3년간 정신질환 치료병력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정신질환 치료병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지원자나 병력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지원자에게는 심층면접을 실시해 선발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청에서 공단에 문의하는 정신질환은 정신분열, 양극성 정동장애, 우울병 및 우울장애, 간질 등 89개 질환이며, 공단은 구체적인 병명이 아닌 치료경험만을 경찰 측에 전달한다.

이에 신경정신의학회와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한국정신장애연대 등은 성명을 통해 “경찰청의 계획은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정신보건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찰청의 조치가 가뜩이나 높은 정신과 치료 문턱을 더 높이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현재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정신과의 치료율은 매우 저조한 상황인데, 정신질환 치료병력을 국가기관에서 조회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를 주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경찰의 이번 조치로 환자들이 치료를 주저해) 완치가 가능한 우울증도 치료시기를 놓쳐 최악의 경우인 자살로 이어지면 이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이러한 부당한 선발 기준이 다른 정부기관과 공기업, 민간 기업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공무원 지원자의 정신질환 병력조회가 개인의 치료 여부라는 개인정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인권침해라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취업을 미끼로 개인의 특정 질환 치료 여부라는 사적 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도록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경찰청이 이러한 압력을 가하면 환자들은 사이비 의료를 이용하거나, 의료기관에 비급여 치료를 요청하게 돼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4개 단체는 경찰이 밝힌 “총기 휴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 “단순 우울증 상담을 받는 정도로는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들은 “정신질환 치료병력이 국내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들과 연관이 있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는데, 이러한 정책이 발표되는 것은 ‘정신질환자는 위험한 존재’라는 선입견을 국가가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경찰관의 자살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찰 선발에서 정신질환자를 배제하기 보다는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단순 우울증 상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경찰의 입장은 무의미하다”라며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 우울증이 저치료되는 상황에서 취업에서까지 불이익을 주게 될 경우, 경찰과 공단의 차별적 정책이 철회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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