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수의 시장조사로 본 세상

[청년의사 신문 임성수] 최근 ‘우리나라 보건의료 산업’에 관한 정성 조사(Qualitative research)를 진행중이다.


보건의료 관련 정부관계자, 공공기관 및 현업 종사자들을 직접 만나 심층면접(In depth interview)의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다. 한국의 보건의료의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확인 목적도 있지만 구성원들의 역할과 관계에 대한 시각을 파악하는 것이 더 크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전반적인 인식을 파악하는 조사의 경우 인터뷰 도입부에 관련 주제에 관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작업을 하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어색함을 없애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인터뷰 대상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던 간에 그에 맞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질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보건의료산업의 정의와 구성원에 대한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최초 상기(Top of mind)라고 하는데 이는 응답자의 최근 주관심사와 본인이 주로 추진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조사를 하면서 흥미롭게 생각한 부분은 상당히 다양해진 보건의료산업의 구성원이었다. 실제로 답변들을 확인해보니 ‘국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 시민단체,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관, 의료기기 회사, 의료진, 연구기관, 전산개발자, 제약회사, 통신사, 학계, 환우회, 협회 등’이 있었다.

이들 중 응답자들이 빠짐없이 언급한 구성원으로는 ‘제약회사’가 있었고, 그 다음은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의료인의 순이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답변은 좀 우리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전산개발자’와 ‘통신사’를 보건의료산업 구성원으로 본다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에 있었던 몇몇 변화를 반영한 답변인 듯하다. ‘국민, 환우회, 시민단체’란 답변도 엄밀히 말하면 보건의료산업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들어 이들을 빼놓고는 산업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내가 몇 년 전에 같은 조사를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전산개발자, 통신사는 당연히 없을 것이고 어쩌면 국민, 환우회, 시민단체들도 보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시대의 흐름이 빠른 것이다. 몇 년 후에 다시 이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가장 많이 응답되는 구성원도, 가장 먼저 언급되는 구성원도, 새롭게 등장하는 구성원도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란 상상을 해본다.

임성수 마케팅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헬스케어 팀장으로 재직 중.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등의 시장평가 및 전략수립 관련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학 통계 세미나 및 리서치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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