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근의 지구생각


[청년의사 신문 이명근]

정보 통신 매체와 교통수단의 발달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긴밀하고 빈번하게 접촉한다. 이른바 ‘지구촌 시대’라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세계인들 간의 거리감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좁혀지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진행되는 경제적 교역과 문화교류의 확대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 역시 이런 분위기에 친숙하게 됐다. 그러나 현실적 이익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의 영역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글로벌 감각은 무딘 편이다. 국제사회를 무대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협력하는 분위기가 아직까지는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뜻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 전 지구적 차원의 빈곤이나 환경, 생태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구촌 사람들과 연대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는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그 수준이 아직도 크게 미약한 실정이다.

국제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지구촌 시민들 간의 협력활동은 개개 구성원들의 의지만으로는 실현되기 힘들다.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매체와 특정한 의제를 책임 있게 선도해 갈 수 있는 단체를 통해서 상호간의 인적관계를 확충해 나가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역할을 중심적으로 수행하며 지구촌 시민들 간의 긴밀한 연대를 이끄는 단체가 UN을 비롯한 국제적 규모의 NGO단체들이다. 지금까지 국제적 규모의 다양한 봉사활동에 한국인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은 이러한 국제기구들과의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를 무대로 활동하는 기구들과 연계하는 일은 현지의 봉사활동에도 많은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꼭 의료봉사 뿐 아니라 교육, 구제, 경제개발 등 봉사활동의 종류에 따라 관련 국제기구와 긴밀히 협조한다면 현지에서의 활동에 예상치 못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봉사단체들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목표로 펼치는 사업은 UN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구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보건의료사업은 물론이고 교육 사업이나 소외계층의 아동들을 돌보는 사업, 주민들의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작업 등은 국제기구들이 중점적으로 시행하는 사업과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UN 산하에는 UNICEF나 WHO(세계보건기구), UNDP(유엔개발계획,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전담하는 기구), WFP(세계식량기구) 등이 존재하고 이들 기구들은 각자의 사업계획에 따라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전 세계를 사업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까닭에 도움이 필요한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만약 해당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봉사단체들이 기존 활동의 경과와 결과, 향후 전망 등을 포함하는 자료를 국제기구에 제공해주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고 의외의 큰 도움을 이들 국제기구로부터 받을 수도 있다. 현지사정과 관련된 중요 정보를 획득한 국제기구 관계자는 해당 국가에 자금을 지원할 때 자금의 일부를 이들 단체의 현지 활동에 지급하라는 권고를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각종 봉사단체들이 현장에서 펼치는 사업에는 현지의 소외된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활동이 포함된다. 이 경우 IFC (International Financial Center: 국제금융센터)의 협조를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면 보다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업무를 진행해 나갈 수 있다. IFC는 세계 각지를 대상으로 학교와 병원 설립자금을 저리로 빌려 주는 금융기관으로 통상 30만 달러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빌려주는데, 특히 수익성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교육 사업에는 이러한 외부 자금 지원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소액대출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경제를 살리는 사업을 시행할 경우 세계은행(World Bank)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세계은행은 세계 각지의 오지에서 진행되는 소액대출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일정기간 동안 자금을 회수하지 않는 대출 방식을 취하고 있다. 12년 전 5만 달러로 시작된 몽골의 소액대출사업이 현재는 1억 달러 이상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몽골 최고의 상업은행으로 발전한 예에서도 드러나듯이 국제기구와의 긴밀한 협조는 해당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열쇠가 된다.

혼자 추진하는 일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제한된 결과를 가져올 뿐이지만 함께 하는 일은 애초의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이끌어 낸다. 여럿이 힘을 모아 함께 일을 진행해 나가면 실패로 인한 부담 또한 크지 않다는 현실을 상기한다면 외부 기관과의 협력관계는 봉사활동 수행에 있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하물며 엄청난 물량과 영향력을 가진 국제기구와의 협조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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