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기자의 감별진단

[청년의사 신문 김철중] 이른바 3분 진료는 우리나라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가진 대표적인 불만이다.


환자들은 의사 얼굴을 보는 듯 마는 듯하더니 처방받고 진료실을 나와야 한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미안해서도 의사와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눌 수 없다. 주로 환자가 몰리는 대형병원과 권역의 국립대병원 얘기다. 하지만 환자들은 그 사정을 알 길이 없다. 내 목전의 의사가 자기에게 낸 시간이 고작 3분이라는 것만 기억한다. 여기서 모든 불만이 시작된다.

통상 의대 교수들은 하루 중 오전이나 오후 반나절 외래를 본다. 이를 한 세션이라고 부른다. 정상적이라면 오전 세션 외래는 아침 9시부터 12시 정도까지다. 오후는 2시부터 5시까지다. 그래야 하루 8시간 근무하는 간호사나 의료기사와 근무 시간을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해 내과 교수의 한 세션 평균 외래 환자 수가 45명이었다. 이를 3시간, 180분 기준으로 나누면 환자 한명 당 4분이다.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 빼면 정확히 3분 진료가 된다.

외래 환자가 많은 내분비내과나 순환기내과는 한 세션에 외래 환자가 평균 90명이다. 정규 세션에 환자를 1분 30초만 봐야 한다. 외래 환자가 많은 교수는 최대 120명을 본다. 이런 경우는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왔다가 인사만 하고 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외래를 오전 8시 반부터 보고 2시까지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3분 진료다. 교수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두 방을 열어 놓고 이방 저방 옮겨 다니는 메뚜기 진료를 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환자들은 그런 진료를 받고 나오면서 한 마디씩 던진다. “의사가 모자라니까 이렇지, 의과대학을 늘려 의사를 양산해야 해”, “의사들이 환자를 뭐로 아는 거야, 인성 교육부터 시켜야 한다니까”, “이렇게 환자를 공장 제품 취급하고도 무슨 놈의 의료수가를 올려달라고 데모를 하나” 등등.

대형병원에 입원하려는 대부분의 환자는 초장부터 황당한 말을 들어야 한다. 다인실이 없으니 1인실이나 특실에 입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루 병실료가 30만원에서 80만원이 드는 병실에 들어갈 환자가 얼마나 되겠나. 그럼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 병실에 들어갔다가 다인실이 비면 그제야 옮길 수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이 방식은 대형병원에 입원하는 방정식이 됐다. 사정이 어떤지 모르는 환자들은 특실 입원 아니면 안 된다는 말에 한마디씩 던진다. 병원이 1인실 장사를 한다고.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원인은 자명하다. 대형병원으로의 기형적인 환자 집중이고, 대형병원은 외래 환자 진료가 큰 수입원이다 보니 진료 인원을 줄일 이유가 없다. 여기에 저수가 구조가 얹혀지면서 박리다매 3분 진료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진료 시간 대비 진료비 연동 시스템이 없으니 병원은 환자 수를 늘릴수록 수입은 많아진다. 앞으로 선택진료비가 사라지면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다인실과 1인실과의 병실료 격차가 너무 크고, 다인실 병실료가 너무 낮다 보니, 다인실은 항상 적체다.

당장 진료 난이도에 따라 시간 병산이 가미된 진료비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또한 대학병원이 중증 환자 진료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수가를 올려주고 경증 외래 환자를 많이 보면 손해가 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병원이 경증 환자를 개인의원으로 되돌려 보내서 질병을 관리하도록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동기 부여도 필요하다. 환자는 서운하고 의사는 억울한 게 한국 의료다. 그것이 피부로 와 닿는 핵심이 3분 진료다. 한국 의료 선진화를 위해 이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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