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회사 개발 '백수오 성분' 직접 언급…학계 "호르몬 치료 우선"

[청년의사 신문 이혜선] 최근 갱년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제작 방송된 한 편의 공익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갱년기학회는 '갱년기 바로알기'라는 제목의 공익캠페인을 제작해 지난 5월부터 MBC, SBS 등 공중파 방송과 MBN, JTBC, TV조선,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공익캠페인이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 원료를 개발한 N사의 광고성 캠페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캠페인 방송은 한 가족이 등장하고 식사 후 음식을 남긴 것을 본 엄마가 심하게 짜증을 내자 딸과 남편이 그런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어 대중에게 친숙한 대한갱년기학회 오한진 회장(비에비스나무병원)이 등장한다.


오한진 회장은 "갱년기는 엄마의 잘못이 아닙니다. 여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갱년기. 그런데 엄마의 갱년기는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라며 갱년기 증상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갱년기 여성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갱년기 증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게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이 다음이다.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처법을 설명하면서 특정 성분인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에 대한 언급이 이어진 것.

캠페인 영상에선 갱년기 증상 대처법으로 "갱년기에는 식사조절이나 운동 등도 도움이 되지만 최근에는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 같은 갱년기 현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개발되어 갱년기 대처가 쉬워졌습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복용하는 게 식사조절이나 운동보다 더 도움을 준다고도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화면으로도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이라는 단어가 노출되며 이를 각인시켰다.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은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인 N사가 백수오, 속단, 당귀 등을 배합해 만든 성분으로, 이를 이용해 제조된 제품들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다. 현재 수개의 기업이 백수오 관련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이들 제품 대부분 N사가 개발한 성분 원료를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갱년기 공익캠페인이 실제로는 N사 제품을 홍보하는 수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임상시험을 거쳐 효능효과를 입증한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 성분이 공익캠페인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면서 갱년기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백수오 추출물의 갱년기 치료 효과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폐경기학회 최훈 회장(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산부인과)은 "갱년기 증상 치료는 호르몬치료를 시행하며 보조적으로 식이요법과 운동을 권하고 있다.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약물이 아닌 식품 성분으로 충분한 연구가 안됐기 때문에 효과 있다, 없다 이야기 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공익캠페인 제품 홍보 논란에 대해 오한진 회장은 "(캠페인 영상 내용을) 본 사람들이 그렇게 봤을 수도 있겠다"며 일부 논란의 소지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캠페인의) 원래 목적은 병원이나 약물의 도움을 받아 갱년기를 극복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였다. 특정 업체를 선전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N사 측은 공익캠페인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N사 관계자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갱년기 바로알기'캠페인을 진행했으며 갱년기에 대한 인식 전환에 기여해 여성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캠페인을 후원했다"며 "바른 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에 벗어나지 않도록 유념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광고성 캠페인이라는 논란에 대해서는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당사가 개발했기 때문에 상표로 오인될 수 있지만 이는 제품명이 아닌 성분(원료)명으로 일반 명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캠페인의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사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캠페인은 건강기능식품협회 광고심의 권고를 따랐으며, 식약처가 인정한 기능성에 대해서도 광고심의를 받은 범위 안에서 관련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갱년기학회, 해당 방송국 심의팀의 사전심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제작됐다" 며 광고성 논란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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