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 “중심 잡고 책임지려는 모습 보이지 않는다”의협 비대위 향해서도 “3개월 동안 설문조사 문항 3개 만든 게 다냐” 비판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원격의료 시범사업 논란이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의 리더십 문제로 번져 공론화되는 모습이다.

의료계 내부 반대 여론에 갇혀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입장도 정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추 회장 취임 한 달 째 계속되자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 것이다.

의료발전협의회 단장으로서 1차 의정협의를 이끌었던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은 지난 22일 기자가담회를 갖고 현 의료계 상황에 대해 “답답하다”며 “추 회장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책임을 지려는 모습이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1차 의정협의 때 원격의료와 투자활성화대책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의협의 원론적인 입장만 명시한 것은 입장을 좁히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정협의에 담겼던 다른 의료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힘들다고 해서 원격의료와 투자활성화대책은 국회에서 싸우자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으로 변질됐고 복지부 장관은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 이후에 원격진료(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보이고 있다”며 “원격모니터링은 의료계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이고 결국은 원격진료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겨 회원들이 못 믿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추 회장은 복지부에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제안했다”며 “복지부가 요청한 것도 아니고 추 회장이 설명회를 먼저 제안했다고 하니 시도의사회장들도 어이없어 하고 반대 성명서가 쏟아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차라리 복지부가 생각하는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이 무엇인지, 원격진료 부분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문서로 달라고 해서 회원들에게 알리는 게 낫다”며 “어중간한 상태에서 ‘여기서 그만 접고 투쟁하자’라고 하면 그게 되겠느냐”고도 했다.

임 회장은 “지금처럼 원격의료 시범사업 문제를 두고 내부에서 논란을 벌일 필요 없이 전국 조직을 동원해서라도 국회에 가서 원격의료 관련 법(의료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아쉽다”며 “의협이 중심을 잡고 계획을 세워서 전국 시도의사회장들은 물론 모든 회원들이 국회의원들을 만나 원격진료의 부당함을 알려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의협 수장이라면 결정 내리고 책임져야"

이어 추 회장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 냈다.

임 회장은 “지금 상황이 너무 어렵다. 회원들을 위해서 일하기보다 자기의 목적 때문에 왔다갔다하고 있다. 복지부도 누구와 대화를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추 회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최소한 의협 수장은 문제가 생기면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부분에 대해 책임도 져야 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도 ‘내 책임이요’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상당히 아쉽다”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추 회장을 지지했던 쪽에서도 등을 돌리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렇게 되면 무슨 힘으로 회무를 끌고 갈 수 있겠느냐”며 “의협 상임이사진 내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설명회를 연다고 해서 결론이 나지 않는다. 최소한의 결정은 내리고 난 후 의견을 수렴해 방향을 바꾸든지, 설득을 하거나 해서 고쳐달라고 해야지 지금처럼 하면 어느 세월에 문제를 해결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의료영리화 저지를 위해 새정치민주연합, 시민단체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추 회장은 이날 새정치연합과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보건의료단체들이 함께 개최한 ‘정부의 의료영리화 저지 공동대응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예민한 문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의료영리화와 시민단체, 국민들이 말하는 의료영리화가 미묘하게 다르다”며 “야권 연대만 한다고 해서 다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여당에도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버리면 안된다. 조용히 진행해야 하는데 과시용으로 하면 오히려 결과물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비대위, 3개월 동안 설문조사 문항 3개 만든 게 다냐"

대정부 투쟁을 준비해야 하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서도 “구성된 지 3개월이 지났는데 겨우 원격의료에 대한 설문조사 문항 3개 만든 게 전부”라며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임 회장은 “한 시간이면 만들 설문조사 문항을 3개월이나 걸려서 만들었다. 비대위는 투쟁 준비를 해야 하는데 대국민 대회원 홍보도 안하고 (투쟁을 위한) 조직도 만들지 못했다”며 “회의만 하고 설문조사 내용 갖고 싸우고, 내부적으로 누구를 배척하라 이러면서 싸우고만 있다”며 “의협 회장도 잘못하고 있지만 비대위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추 회장은 38대 회장이고 비대위는 37대 집행부에서 생겼다. 해체하려면 임시대의원총회를 다시 열어야 해서 마음대로 할 사안은 아니지만 집행부는 시범사업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비대위 입만 바라보고 있고 비대위는 대정부 협상과 투쟁을 모두 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그렇게 서로 쳐다보다가 시간만 갔다. 큰 틀에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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