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중평위로 결정권 넘겨…심장학회, 先보완 後시행 고수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허혈성심질환 통합평가 보이콧으로 갈등을 빚어온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심장학회가 여러 차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화해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또다시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심평원과 심장학회는 지난 14일 회의를 열고 급성심근경색(AMI) 평가성과연구 시행과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전수조사방식 등을 두고 논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심평원이 최종 결정을 중앙평가위원회(이하 중평위)를 열어 하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허혈성심질환 통합평가 보이콧 사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중평위는 적정성평가의 지표와 계획 등에 대해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이번 허혈성심질환 통합평가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도 모두 중평위에서 결정된 것이다.

이례적으로 심평원이 중평위를 소집한 것을 고려할 때 심장학회와의 간담회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자 결정의 공을 중평위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

유명숙 급여평가실장은 “심장학회의 의견을 들었지만 심평원 입장에서는 허혈성심질환에 대한 통합평가를 이제와서 실시하지 않을 수는 없다. 때문에 요양기관들도 AMI자료를 제출해 줘야 한다”면서 “그동안 평가 자료제출 기간을 연장해주면서 학회에서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소통하려고 했으나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적정성 평가는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위해 수행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 질이 개선되는 긍정적인 결과도 얻었다”면서 “물론 병원 줄 세우기식이라는 부분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라고 설명했다.

유 실장은 “중평위가 조만간 열리게 될 거다. 중평위 결정이 나오는 대로 앞서 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25% 정도의 병원에도 자료 요청을 할 것”이라면서 “매번 해오던 평가를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심장학회, 평가 강행시 강력 반발할 것

하지만 심장학회는 심평원이 수시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며 학회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개선없이 밀어부친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그동안 심평원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AMI 평가방식의 문제점을 점검해보고 난 뒤에 추가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새로 도입하는 PCI 평가는 단계적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先 보완, 後 실행'이라는 원칙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이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 강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심장학회 김병옥 보험이사는 “심평원이 지난 회의 때 PCI평가 시 예비평가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했다가 돌연 이미 서류를 제출한 75% 평가기관의 정보를 활용해 분석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면서 “회의에서도 (심평원)담당자들간 말이 다르더라. 그래서 심평원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하고 그자리를 마무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더욱이 지난 21일 심평원 담당자에게 회의록을 요구하자 적정성 평가가 종료가 되면 주겠다고 하고, 심평원의 평가 로드맵을 달라고 하자 ‘급할게 없다’면서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자고 연구를 요구했는데 연구기간에 평가가 진행되도록 해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면서 "결국 제도 개선보다는 계획대로 추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심평원이 평가를 강행할 경우 평가방식의 문제점 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5대 암 통합평가 연구도 착수

그러나 심평원은 허혈성심질환 통합평가에 이어 암통합평가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22일에는 '암질환 통합평가 방안 연구' 착수보고회를 갖고 6개월간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암 평가는 2011년 대장암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유방암, 폐암, 위암, 간암 평가가 마무리된다. 이에 심평원은 암 종별 평가를 통합해 수행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다.

우선 5대 암을 통합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타당성을 검증하고 최종 통합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만약 이 방안이 도입될 경우 기관단위 통합평가를 위한 기반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암학회에서 시행하는데 이를 통해 한꺼번에 통합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실제 가능할지 여부를 검토해 기전을 마련해 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평가 결과가 나오면 전문가 견해를 듣고 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추가적인 논의의 과정이 전제가 될 것이므로 도입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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