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심’ 병원을 가다 ③ 강북삼성병원 서비스디자인팀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훌륭한 서비스는 고객에게 만족을 준다. 이는 병원에서도 다르지 않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는 환자에게 만족을 주고 계속 그 병원을 방문하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양질의 의료서비스란 무엇일까. 아마도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에 준하거나 그 이상을 제공하는 서비스일 것이다.

여기 환자가 문을 열고 들어설 때부터 나갈 때까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병원이 있다. 일명 ‘돈이 아깝지 않은 병원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는 강북삼성병원이다.

강북삼성병원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서비스디자인팀 활동을 시작해 환자중심 서비스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병원 구조 변경에서부터 무형의 각종 서비스를 재설계하는 것까지, 병원 내 서비스디자인이 반영된 영역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무엇이 불편할까’라는 의문부터

서비스디자인이란 고객이 서비스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모든 유·무형의 요소는 물론 모든 경로에 대해 불만과 잠재적 욕구를 찾아내 그들이 경험하는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 디자인이 병원에 적용되면 ‘고객’이 ‘환자와 내원객’으로 바뀌어, 결국 병원을 찾는 모든 이들이 경험하는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치환된다.

환자가 무엇에 불만을 갖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 잠재적 욕구를 지녔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입장에서 수시로 생각하는 방법밖에 없다. ‘환자가 무엇을 불편해할까. 원하는 것은 뭘까’라는 질문이 서비스디자인의 시작인 것이다. 병원 CS(Customer Satisfaction)팀과 연계해 고객의 불만과 욕구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강북삼성병원에서 서비스디자인을 담당하는 공식 조직인 ‘Happy Hospital Innovation’팀 이현주 교수는 서비스디자인 대상을 정하기 위한 크고 작은 회의 자리를 자주 갖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병원 내 고객팀이 있어 그쪽에서 환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직원들끼리 스몰톡(Small talk)을 많이 하면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기억을 해둔다”며 “손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담당자에게 문의를 해서 바로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회의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불편하게 생각하나. 무엇을 바꿔야 더욱 만족할까’라는 사고방식이 서비스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이다.

일상의 사고가 문제를 발견하는 단계라면, 매주 열리는 서비스디자인 회의는 직접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시행에 옮기기 위한 시간이다. 이 교수는 “일주일에 한 번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그곳에서 팀을 꾸린다”며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며 (회의를 통해) 어려운 결정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회의를 통해 팀이 구성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니 보다 효율적이며 신속한 결정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팀이 올해에는 6개이고 지난해에는 10개가 넘었다. 강북삼성병원이 환자경험·환자중심 서비스 관련 센터가 없어도 서비스디자인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비결은 팀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규모의 회의에 있는 셈이다.

줄어든 대기시간, 환해진 환자 대기실


강북삼성병원이 시행한 대표적 서비스디자인 중 하나는 통합창구다. 이는 병리과에서 조직 슬라이드를 대출하는 환자들이 겪는 사소한 불편에서 시작됐다. 슬라이드를 신청해 받고자 하는 환자들이 대기할 수 있는 대기석도 없어 환자들이 슬라이드를 받을 때까지 그저 멀뚱멀뚱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서비스디자인 회의에서 나온 의견이 통합창구였다. 조직 슬라이드를 신청해 받아가는 환자는 대부분 다른 병원에 슬라이드를 제출할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슬라이드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고, 결국은 의무기록을 발급해야 한다.

통합창구 개설은 ‘그럼 의무기록을 발급할 때 슬라이드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된다면 병리과에 환자가 방문해 슬라이드를 받을 때까지 서 있는 일을 방지할 수 있고, 환자가 병리과와 창구를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현주 교수는 “의무기록실에서 추가 확인이 없어도 슬라이드를 통해 환자와 슬라이드의 매칭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며 “어려움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작은 관심에서 큰 변화를 가져온 사례도 있다. 지난해 개소한 소화기암센터다. 곳곳이 화사한 소화기암센터의 디자인은 딱딱한 진료실 분위기를 개선하고자 하는 데서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그린라이프팀은 소화기암센터 개설을 앞두고 진료실을 보다 환자중심적으로 만들고자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소화기암센터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쾌적함과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공간을 지향하기로 결정했고, 관련된 각종 세부 내용들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환자들이 손을 쉽게 올려놓을 수 있는 책상 디자인을 도입하고 의사와 환자 간 거리를 가깝게 해 환자가 친밀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보통은 진료실 내에 창문이 있는 것과 달리, 소화기암센터에서는 창문을 환자 대기실에 만들어 풍부한 채광을 바탕으로 한 쾌적한 공간을 조성했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진료실에 창을 내는 것이 그동안에는 당연시 돼 왔는데 소화기암센터 개설 과정에서 암 환자 치료를 위한 센터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다시 설계를 해 지금처럼 환자 대기실에 창문을 냈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해 환자가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강북삼성은 부속의원도 다르다?

강북삼성병원 서비스디자인의 차별화는 이러한 변화가 단지 병원 내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삼성전자 등에 있는 부속의원들과 연계해 환자중심 서비스디자인을 실현하고 있다. 환자 진료의 프로세스가 강북삼성병원과 비교할 때 매우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환자중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현주 교수는 “부속의원에서는 환자가 주사를 맞고 가면 될 뿐, 어떠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그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주사를 맞는 환자들은 용지 색깔을 다르게 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과의 의사소통은 역시 팀 회의를 통해서 한다. 근무지가 다르더라도 부속의원의 팀원이 참여해 강북삼성병원 내에 있는 서비스디자인 관련 팀들과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부속의원들은 ▲고객의 소리함 설치 ▲진료대기시간 감소 ▲검사실 내 편안한 음악 제공 등의 아이템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부속의원은 강북삼성병원과 달리 큰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하지만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어가고 그것을 환자들을 위해 시행한다”고 강조했다.

행복한 혁신은 멈추지 않는다

환자중심 병원으로 변화하고 있는 강북삼성병원의 서비스디자인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주차시간을 줄이기 위해 무발권 및 차량등록시스템을 도입했고, 환자와 보호자들이 한숨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인 햇살공원과 작은 미술관도 개관했다. 여기에 직원들이 겪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마음회식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를 통해 고객만족도가 상승하고 직원들의 업무 프로세스가 개선되면, 강북삼성병원이 꿈꾸는 행복한 혁신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서비스디자인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강상권 행정부원장은 “서비스디자인은 고객이 원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소통의 과정이라는 사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줬다”며 “다양한 변화로 고객만족도가 증가하고 업무 프로세스도 향상돼 직원만족도가 향상됐다”고 했다.

이현주 교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환자경험을 반영한 서비스디자인의 지속가능성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토록 하는 것은 환자와의 관계 지속이다. 이 교수는 “어떤 환자의 진료를 마쳤다고 해서 그 환자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진료가 끝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환자를 많이 진료해야 하는 국내 의료계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부분으로 향후 개선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북삼성병원이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서비스디자인은 환자안전과 관련된 부분이다. 환자 동선에서 발생하는 충돌, 낙상사고 등 환자안전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점검해 안전한 병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병원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서비스디자인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해 나가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내부 구성원들이 스스로 서비스디자인에 대해 고민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개선해 나간다면 강북삼성병원의 행복한 혁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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