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의 의료혁신을 위한 전략

[청년의사 신문 김형진] 혁신의 대명사인 메이요 클리닉이 또 한 번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 전문병원의 강점인 표준진료 모델을 메머드급 대학병원인 메이요에 접목시킨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불과 몇년전 ‘파괴적 의료혁신’이 의료계의 최고 화두였던 적이 있었다. 비싸고 복잡한 의료시스템은 폐기될 것이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면적인 변화를 예견한 이 책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웬만한 병원에도 이 책이 주는 시사점과 현장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스터디 그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었다. 대한병원협회가 해마다 주최하는 KHC(Korea Heathcare Congress) 2010에 이 책의 공동저자가 초청된 것만 보더라도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파괴적 의료혁신 모델은 다른 현안에 의해 덮였고, 의료계를 흥분시켰던 파장에 비해 실제 변화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메이요는 달랐다. 2009년부터 3년에 걸쳐 파괴적 혁신 모델을 병원 현장에서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먼저 3,000건이 넘는 심장수술을 복잡한 케이스(파괴적 혁신 모델에서 Solution Shop으로 언급되는 것)와 표준화가 가능한 케이스(Focused Factory)로 구분했다. 후자는 표준화를 통해 공장처럼 돌아 갈 수 있도록 모델을 정립해 나갔다. 결과는 놀라웠다. 투입하는 자원과 지출되는 비용은 줄어든 반면, 감염·재입원·재원일수 등의 치료성과는 높아진 것이다.

‘파괴적 의료혁신’은 ‘성공기업의 딜레마’에서 ‘미래기업의 조건’에 이르기까지 크리스텐슨 교수가 줄곧 설파해 온 혁신들과 방향을 같이 한다. 경영학 관점에서 충분히 검증된 논리를 의료에 접목시킨 것이다. 심지어 공동저자 두 명은 의사였다. 그럼에도 많은 병원들은 ‘우리 상황에 맞지 않는다’ 또는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며 실행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요가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메이요에 박수를 보내는 또다른 이유로는 속도가 있다. 클리닉이라는 단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의 오해가 있기는 하지만, 메이요는 미국에서도 매우 큰 규모를 갖춘 비영리이자 최고의 대학병원이다. 짐작하듯이 어느 국가든 규모가 큰 대학병원이 혁신의 속도까지 빠르기는 어렵다.

단, 빠르더라도 방향성은 매우 중요하다. 메이요가 ‘Factory Focused’ 모델을 심장환자의 수술장부터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화의 큰 줄기는 놓치지 않되 이와 더불어 지속적인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항해가 빠를수록 나침반은 작은 떨림을 계속하며 북극을 가리키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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