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요즘 의학교육 현장을 보고 있자면 기초체력을 측정하기 위해 일 년에 한 번 시행하던 ‘체력장’이 떠오른다. 그 시절 운동을 제법 잘했던 친구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단연 체력장에서도 두각을 보였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운동도 기초체력이 좋아야 잘 하는 법이다.

이 공식은 의학교육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환자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기초체력이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의학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기초의학’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간 의과대학 교수 현황을 살펴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기초의학 교수는 1,270명에서 1,501명으로 231명이 증가한 반면 임상의학 교수는 6,102명에서 8,741명으로 2,639명이나 늘어 증원된 수만 1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더욱이 과거에 비해 기초의학 교육 시간은 단축됐고 실습시간 마저도 절반 이하로 줄어든 과목도 상당해 기초의학 교수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때문에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은 ‘꿈의 직장’이나 기초의학 교수들에게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최근 열린 ‘대한민국 의학엑스포 2014’ 행사 중 ‘미래의학을 위한 기초의학 육성방안 심포지엄’에서 만난 한 교수도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교수들이 떠날 정도”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그 뿐이랴. 기초의학에 대한 존재감 상실은 교수들뿐만 아니라 의대생들도 느끼고 있다. 기초의학협의회 채종일 회장에 따르면 기초의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학생들에게 기초의학을 기피하게 하고 있다. 인체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과학적 사고방법을 습득해 평생 무기를 만드는 게 기초의학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현실의 벽은 높은 모양이다.

기초의학 교수들은 기초의학자 양성이 국가 경제 수준 향상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초의학 교수들도 변화 모색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기초의학이 의학발전을 위한 기초체력이라면, 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도 나서야 한다. 기초의학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 제도를 비롯해 마음 놓고 기초의학을 전공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줘야 한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기초의학을 포기하거나 선택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미래 의학은 실패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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