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수감생활 지속 어려웠다 판단” vs 검찰 “수감생활 지속 결정도 진단 범위”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일명 ‘여대생 청부살인 사모님’ 윤 모씨의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박 모 교수의 허위진단 여부를 놓고 검찰과 박 교수 변호인 측이 항소심에서도 다시 한 번 맞붙었다.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지난 15일 허위진단서 작성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 대한 2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변론에서 박 교수의 변호인 측은 1심 때 유죄 선고를 받은 진단서 2건에 대해 원심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변론을 펼쳤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박 교수가 작성한 2008년, 2010년, 2012년의 진단서 중 2008년 이외 두 개의 진단서에 대한 허위진단을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첫 진단서에서 유방외과 전공인 박 교수가 ‘소화기암 종양표지자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이 주치의로서 재량범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두번째 진단서는 윤 씨가 약물 복용 외 추가적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 ‘요추골절로 거동이 불편하다’고 한 점을, 세번째 진단서는 대부분의 치료가 종결됐음에도 ‘정신쇠약 등으로 집중적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게재한 점을 허위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세아의 이진우 변호사는 이날 변론에서 당시 박 교수의 진단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두번째 진단서 작성) 당시 환자 윤 씨는 요추부압박 골절에 통증이 심해 침상에 누워있던 상태였다. 이는 협진한 정형외과 의사의 주장에서도 알 수 있으며, 골다공증 협진 의사도 윤 씨에 대해 ‘전신장애를 호소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세번째 진단서에서 윤 씨는 정신쇠약을 이유로 입원했는데, 박 교수는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 즉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것이 아니다”라며 “원심 판결에서는 윤 씨에게 진단된 파킨슨증후군이 심인적인 것으로 꾀병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협진을 한 의사도 윤 씨에 대해 꾀병이라고 한 적 없으며, 윤 씨는 파킨슨증후군의 악화로 인지기능 장애를 보인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외에도 변호인 측은 진단서가 작성된 기간 동안 게재된 12개 질병에 대해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설령 변호인 측 주장대로 각 질환에 대한 진단이 맞더라도 ‘수감 생활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진단 역시 허위진단의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단서란 단순히 질환명이나 환자의 상태를 게재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형집행정지를 가능하게 하는 주요 근거이기 때문에,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진단서를 작성했더라도 수감생활 지속가능성 여부 결정 역시 의사의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개별 진단서의 허위사실 기재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두 개의 진단서 뿐만 아니라 무죄를 선고받은 진단서도 허위사실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첫 진단서에 대해 “박 교수는 소화기암 종양표지자 수치에 대해 의학적 사실과 다르게 기재했다. 해당 수치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태가 위험한데 윤 씨의 경우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며 “협진을 했던 교수도 특이 소견이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진단서에 대해서는 박 교수의 지휘 감독 하에 있던 전공의가 작성했기 때문에 사실상 박 교수의 판단이 개입된 것이며, 세번째 진단서도 박 교수가 윤 씨에게 파킨슨병 증세가 없음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협진을 의뢰한 신경과에서는 윤 씨가 파킨슨증후군일 가능성이 낮다고 봤으며 외과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진단서 작성 당시 윤 씨가 12개의 질환을 앓고 있었는지 의문인데 박 교수는 그 질환들을 이유로 수감생활 지속 불가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진행하지 못한 검찰 주장에 대한 박 교수 변호인 측 반박을 내달 예정된 3차 변론에서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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