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상태 고려해 미리 적극 치료해야’ vs ‘근거 부족하고, 경제적 부담 고려돼야’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장기간 내성 바이러스 출현이 보고되지 않은 만성 B형간염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등장하면서, 면역 관용기에 해당하는 만성 HBV 감염 환자에 대한 치료 여부가 국내 의료진 사이에서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

면역 관용기라고 하더라도 환자 상태나 가족력 등을 고려해 만성 B형간염 환자 치료 전략을 개개인에 맞춰 세분화하고, 내성발현이 거의 보고되지 않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바이러스성 간염 치료의 최신지견’을 주제로 개최된 2014년 대한간학회 춘계 STS(Single Topic Symposium)에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안상훈 교수는 “면역 관용기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에서는 적극적인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성 HBV 감염은 임상적으로 면역 관용기, 면역 제거기, 비증식기 등 여러 단계로 구분된다. 이 중 면역 관용기는 인체의 면역 체계가 아직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알아차리지 못함에 따라 간세포는 파괴되지 않고 계속 증식하는 단계로 정의되며, HBeAg 양성, 고농도의 혈중 HBV DNA, 정상의 ALT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에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혈청 HBV DNA가 2만 IU/mL 이상이며, 혈청 ALT 수치가 정상치의 2배 이상인 경우 치료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으며, 면역 관용기에 대해서는 추적검사를 통한 경과 관찰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아시아 지역을 포함, 정상 혈청 ALT 수치를 보이는 경우에도 간의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된 경우가 있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으며, 최근 AASLD(미국간질환연구협회)와 EASL(유럽간학회) 가이드라인에서 ‘혈청 HBV DNA가 2만 IU/mL 이상이며, 혈청 ALT 수치가 경미하게 증가돼있는 30~40세 이상의 환자 또는 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조직검사나 치료 등 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발표했음을 강조했다.

또 ▲Fibroscan 등 비침습적 검사방법을 통해 간조직검사의 단점이 극복된 점 ▲혈청 ALT 수치의 정상 상한치가 너무 높게 설정돼있어 만성 간질환이 있는 상당수가 정상 범위에 있다는 점 ▲면역 관용기 환자에 대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치료에서 반응하는 환자가 있다는 점 ▲테노포비어 치료 연구에서 바이러스 내성을 보인 환자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관련 보고들을 종합해 볼 때 정상 혈청 ALT 수치를 유지하는 면역 관용기 환자에서는 진행된 간질환이 동반돼 있을 가능성이 낮으나, 40세 이상의 나이, 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에서는 정상 혈청 ALT 수치를 보이더라도 유의한 간의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 교수는 “만성 B형간염의 궁극적 치료 목표는 HBV 증식을 억제해 염증을 완화시키고 섬유화를 방지해 간경변증, 간기능 상실, 간세포암으로의 진행을 예방함으로써 간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날 심포지엄에서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장병국 교수는 “최근 내성 바이러스가 발생하지 않는 치료제가 보고되기는 했지만, 면역 관용기 환자에서 이런 항바이러스 제제를 사용시 HBeAg 소실 혹은 혈청전환이 얼마나 되는가와 언제까지 치료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다”면서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항바이러스 치료의 효과를 명확히 확인한 후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아울러 ▲관련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이 모두 면역 관용기의 환자를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점 ▲해당 환자들에 대한 장기 추적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점 ▲면역 관용기의 환자들을 장기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환자들에게 조직학적 혹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악화가 보이지 않았다는 결과도 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장 교수는 “아직까지 면역 관용기에 속한 환자의 자연 경과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런 환자에서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HBV DNA 수치를 낮추는 것이 예후에 도움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치료에 따르는 경제적인 부담과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면역 관용기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항바이러스 제제를 사용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장 교수는 “면역 관용기 여부를 판단하는 정상 ALT 범위를 더 낮게 설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안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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