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19일 임총을 열어 회장을 불신임했다. 최고의 전문가 단체를 자부하는 의협으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임총 현장은 몸싸움과 고성으로 얼룩졌다. 불신임을 당한 장본인은 임총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다. 동시에 대의원회 해산을 겨냥해 사원총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정관에 의거해 곧 보궐선거가 추진되지만, 법원의 결정 등에 따라서는 두 명의 회장이 등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물론 이번 사태에 대해 양측은 얼마든지 상대방을 비난할 수 있다. 투쟁 과정에서 보여준 의협의 좌충우돌 행보는 충분히 비판의 소지가 있다. 의협 회장의 회무 스타일이 독단적으로 비친 것은 사실이지만, 시도의사회장단이나 대의원회가 ‘내용’이 아니라 ‘형식’을 두고 의협 회장을 흔든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국 모든 것이 ‘감정싸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번 어긋나기 시작한 양측의 대립은 결국 극한으로 치달았다. 회장 불신임과 대의원회 해산을 각기 주장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중재나 타협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련의 내부 갈등 속에서 회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무엇이 개혁이고 무엇이 반(反)개혁인지도 불분명해졌고, 어느 쪽의 주장이 의료계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온 국민이 침통해 하는 가운데에도 끊임없이 수신되는 투표 독려 메시지가 지겹고, 어렵게 모아졌던 회원들의 투쟁 열기에 허무하게 찬물을 끼얹는 소위 ‘지도부’의 행태가 어처구니없다.

회원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는지 한숨이 나온다. 의협에 대해 품어 왔던 일말의 애정조차 사라져 간다고 푸념하는 회원들이 적지 않다. 진짜 심각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의협 회장과 대의원회가 서로를 죽이겠다고 아귀다툼을 하는 모습에 지친 회원들이 의협을 버릴 수도 있다. ‘의협을 탄핵하고 싶다’고 느끼는 회원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최근 의대 교수들이 의협 회비 납부 거부를 의결하고 나선 것은 의협에 대한 회원들의 실망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재는 의료계의 내분이 앞으로 어떻게 수습 국면으로 전환될 것인지조차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양측은 상대방 진영의 약점을 파악하고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잠시 싸움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기 바란다. 회원들의 의협 혐오가 더욱 심해질 경우, 이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의협 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언정 의협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나 애정은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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