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내시경학회, 재사용 내시경 포셉 소독 비용만 1만4000원


▲ ①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병센터 조주영 소장이 위 진단내시경을 시술하는 모습. 10여분 남짓한 시간에 위에서 혹 두개를 찾고 의심스러운 조직을 한개 떼어냈다. 수가는 4만원 정도다. ② 진단내시경 시술을 한번 받기 위해서는 긴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간호사 한명이 10여분 정도를 분주히 움직여야 준비를 마칠 수 있다. ③ 환자는 볼 수 없지만 내시경 시술을 위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세척과 소독이다. 내시경 하나를 세척·소독하는데 보통 30여분이 소요되며 전담 간호사가 배치된다.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일회용 내시경 포셉(forceps, 겸자) 재사용 논란에서 촉발된 내시경 검사 저수가 비판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관련 비용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입장을 밝히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회용 내시경 포셉 비용은 수가에 산정하지 않고서는 내시경 검사 수가로 포괄해서 책정했다고 포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일회용 내시경 포셉뿐 아니라 재사용이 가능한 내시경 포셉을 사용해도 소독 등 재처리 비용이 생검 수가보다 비싼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최명규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생검 시술 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8,620원인데 일회용이 아닌 재사용 내시경 포셉을 사용해도 재처리에 드는 비용만 1만4,000원이 넘는다”며 내시경 검사 수가 자체가 원가에도 비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을 떼어내는 생검에 사용되는 포셉에는 한번 쓰고 폐기처분하게 돼 있는 일회용(Disposable Biopsy forceps)과 소독 등의 재처리 과정을 거친 후 재사용하는 포셉(Reusable Biopsy forceps)이 있다.

일회용 내시경 포셉은 편리하긴 하지만 중국산이 1개당 2만3,000원일 정도로 가격이 만만치 않고, 재사용 내시경 포셉은 여러 번 쓸 수 있지만 소득 등 재처리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에 내시경 포셉 소독을 위한 재처리 시스템을 관리·유지하기 어려운 개원가는 일회용 내시경 포셉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수가 산정이 안 돼 있어 쓰면 쓸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최 이사장이 소속된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팀이 지난 2012년 일회용 내시경 포셉과 재사용 가능한 내시경 포셉의 비용대비 효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 재사용 포셉을 사용할 경우 한번 사용할 때마다 8,021원의 소독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독비용에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소 세재(Proteolytic enzyme)를 포함해 장갑, 가운, 고글, 마스크 등 소모품과 초음파 세척에 필요한 장비, 인력 투입 비용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40만원 상당의 재사용 내시경 포셉을 구매해 평균 50회 사용했을 때 1회당 1만4,921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 이사장은 “도서벽지에서도 소독기를 설치하라는 말인가. 의료기술이나 경제적 수준은 높아졌지만 가장 저렴한 포셉을 사서 소독액에 담구고 말려 쓰라는 것과 같다”며 내시경 검사수가 4만3,080원에 생검시술 수가 8,620원까지 가산돼 총 5만1,700원의 수가를 받을 수 있다는 심평원의 설명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 이사장은 “내시경 포셉 소독 비용을 감당하고 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 병원은 ‘빅5’밖에 없다”며 “적정 수준의 철저한 소독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개원가에서는 오히려 일회용 내시경 포셉을 사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발전한 만큼 의료의 질도 고려해야 한다. 일회용 내시경 포셉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만들어 졌다고 생각한다”며 “생검 비용 이외에 일회용 내시경 포셉에 대한 별도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사용할 수 있는 내시경 포셉에 대해서도 별도 소독수가를 산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장은 “모든 의료기기는 소독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부는 이 소독과정 자체를 의료기관의 의무사항이라며 돈을 줄 수 없다고 한다”며 “내시경 포셉 재처리 과정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 등은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최 이사장은 “소독수가 논의 과정에서 심평원의 자체 평가 결과 적정 소독수가가 6,000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지만 이는 소독을 제대로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종양수술에 쓰이는 재사용 가능한 내시경 포셉은 4만5,670원의 수가가 산정돼 있다는 심평원의 설명에 대해서도 종양수술에 사용되는 전기 응고용 포셉은 생검을 위한 내시경 포셉과는 전혀 용도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최 이사장은 “종양수술에 쓰이는 포셉은 전기를 이용해 조직을 응고시키는 역할을 한다. 생검을 위한 포셉과는 전혀 다르다”며 “그런데도 생검에 필요한 내시경 포셉 수가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심평원은 7월 이후 일회용 내시경 포셉 사용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한 결과에 따라 해결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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