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됐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문제들을 여실히 보여줬다. 재난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정부의 후속 조치가 미흡했던 면 등에 더해 언론의 선정적 보도도 문제가 됐다.

종편 뉴스의 한 앵커는 세월호 피해 학생에게 “친구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라고 물었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고, 또 다른 종편도 사실 확인 없이 자신을 민간잠수부라고 한 사람의 의견을 특종처럼 보도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저널리즘의 부재’라고 명명할 수도 있어 보이는 이러한 문제들은 세월호 피해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고대안산병원에서도 반복됐다. 취재진이 진을 치고 취재 경쟁을 벌이며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들에게 도리어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기사로는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취재원들의 멘트를 받아놓고는 정작 자신들이 환자의 안정을 방해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고대안산병원 측의 대처는 적절했다. 응급실 후문으로 환자를 이송해 언론과의 접촉을 차단한 것이다. 또 고대안산병원 차상훈 병원장은 세월호 피해 환자 대부분이 중증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어 취재와 면회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고대안산병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며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에 공감하는 대중은 별로 없어 보인다. 대부분 고대안산병원의 조치가 적절했고 박수 받아 마땅할 일이라며 격려의 응원을 보내고 있다.

물론 ‘알 권리’는 필요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고 후속 조치들은 어떻게 되는지는 분명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필요한 정보다. 하지만 현재 적잖은 언론들은 '알권리' 보다 사소한 상황변화까지 중계하는 ‘경마 저널리즘’에 치중하고 있다. 여기에는 ‘알 권리’라고 위장한 ‘흥미’만 있을 뿐이며 피해자를 향한 배려는 찾아보기는 힘들다.

기자협회가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과 관련한 토론회를 준비 중인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난 보도 매뉴얼’을 제정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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