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는 보궐선거 준비…노환규 전 회장은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대한의사협회 106년 역사상 ‘회장 불신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의료계 정국에 일대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대의원회는 노환규 회장이 정관을 위반하고 의협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불신임했지만 노 전 회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대의원회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으로 맞설 예정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회는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러 새로운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지만 노 전 회장 측은 그 전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노 전 회장은 다시 의협 회장으로 복귀해 회장으로서의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노환규 vs 대의원회’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의원 136명, ‘노환규 불신임’ 찬성

대의원회는 지난 19일 오후 5시 서울 이촌동 협회 회관 3층 대회의실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노 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해 표결에 붙였다. 그 결과, 출석대의원 178명 중 136명이 노 전 회장 불신임에 찬성해 의결됐다. 반대는 40명, 기권은 2명이었다.

이에 따라 노 전 회장은 이날부터 회장으로서의 직위를 상실했다.

대의원회는 임총이 끝난 직후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직무대행 체제로 의협 집행부를 전환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의원회 변영우 의장은 임총이 끝난 직후 기자실을 찾아 노 전 회장 불신임 이유에 대해 “대의원총회 의결 사항을 위반한 게 가장 중요한 이유이고 그 외에도 의협의 명예를 훼손한 것들이 많았다”며 “중요한 건 노 회장이 의협 정관을 위반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의장은 “회장 직무대행이 정해질 때까지 회장의 직인과 인감을 감사들과 함께 봉인할 것”이라며 “노 회장이 빨리 나와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19일) 밤이라도 급하게 상임이사회를 열어 권한대행을 선출하면 봉인된 회장 직인과 인감을 풀겠다”고 했다.

수장을 잃은 의협 집행부는 임총이 끝난 직후 긴급상임이사회를 열고 회장 직무대행으로 김경수 부회장(부산시의사회장)을 선출했다. 우려됐던 상임이사진 총사퇴는 없었다.

의협 집행부는 임총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될 경우는 대비해 미리 상임이사회를 소집해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상임이사회에 참석한 상임이사 15명은 만장일치로 김 부회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추대했으며 임총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즉시 직무대행체제를 구성한 이유에 대해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중차대한 시기에 회무 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회무의 연속성을 위해 일단 회장 직무대행을 선출하고 회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상임이사진은 “회원 다수의 민심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회장 불신임안을 회의 안건으로 부의하는데 동의했다는 95명의 대의원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 요구가 있었음에도 대의원회 의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묵살당한 것은 의협 역사상 길이 남을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노환규 전 회장, 불신임 의결 효력정지가처분 신청할 듯

노 전 회장은 이번 임총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의협을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회장은 이미 임총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작성해 놓은 상태이며 이르면 21일 법원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회장은 이미 자신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물은 회원투표 결과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임총 결과 불복은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의협이 지난 16일 오전 10시부터 임총이 있었던 19일 오후 3시까지 진행한 긴급 전 회원설문투표 결과, 회원 1만6,376명이 투표에 참여해 92.8%인 1만5,201명이 불신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불신임 찬성 응답은 7.2%(1,174명)에 불과했다(무효 1명).

노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의협 106년 역사 속에서 대의원총회에서 탄핵을 받은 첫 번째 의협회장이 됐다”며 “개인적으로 큰 불명예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이어 “오늘 일어난 일은 작금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초래하고 무기력한 의협을 만들어놓은 노회하고 안이한 낡은 제도와 관습을 바꾸어가는 과정일 뿐”이라며 “오늘 어느 회원님께서 제게 물었다. 세월호보다 200배는 더 큰 의협이라는 배를 버리고 떠날 것이냐고. 그러나 저는 떠나지 않았고 떠날 수 없다. 앞으로도 떠나지 않고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장 불신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선장을 잃은 ‘의협 노환규號'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항해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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