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톨릭의대 이종욱 교수·서울의대 윤성수 교수

[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희귀난치성질환인 PNH(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발작야간혈색뇨증, 이하 PNH)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인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가 보험급여 적용된 지 1년여가 지났다. 환자들과 관련 의료진들은 이 약이 보험급여를 줄기차게 요구한 끝에 이뤄진 성과다. 이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환자들의 어려움 등이 알려졌지만, 보험급여가 확정된 후 현재 상황에 대해선 그리 알려진 바가 없다. 보험급여 후 환자들의 삶은 정말 나아졌을까?

이에 최근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제주도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2014 Korea complement Master symposium’에서 국내 PNH 권위자들인 가톨릭의대 혈액내과 이종욱 교수와 서울의대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를 만나 솔리리스 보험급여 적용 후 PNH 환자들의 상황과 치료 여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번 심포지엄에서 PNH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는 혈전증으로 그 확률이 18% 정도이며, 사망률은 40~50% 정도라는 발표가 나왔다.


▲ 가톨릭의대 혈액내과 이종욱 교수

이종욱 교수(이하 이) - 여기서 사망률은 5년 관찰시 90%, 10년 관찰시 80%, 20년 관찰시 60%로 환자 관찰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또 혈전증을 앓고 있어도 환자가 바로 사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혈전증이 있는 환자가 정상인 혹은 혈전증이 없는 PNH 환자들에 비해 더 빨리 사망하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사망의 주된 요인으로 혈전증을 꼽는 것이다. 국내 데이터상에서는 전체 PNH 환자의 18%가 혈전증을 앓고 있으며, 혈전증이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도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더 높다. PNH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 대해 특정 시점에서 후향적으로 병록지를 조사한 결과 18% 정도가 혈전이 있었다. 혈전증 증상을 간과한 것과 검사를 받지 않는 환자들까지 감안하면 수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혈전증 증상이 있었던 환자들 가운데 CT, MRI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혈전이 증명된 환자들만의 수치가 18% 정도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수치라 할 수 있다.

윤성수 교수(이하 윤) - 과거에는 PNH관련 혈전 외 일반적인 혈전으로 보더라도 아시아국가는 상대적으로 혈전율이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일본,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국가에서 (물론 프랑스, 미국, 영국 등의 서구국가보다는 그 수치가 낮으나) 혈전이 더 이상 무시할 정도로 낮은 수치가 아님으로 관심이 요구된다.

Q. 즉, PNH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혈전증이라고 보면 된다는 말인가?

- PNH가 백혈병, 임파종 등과 같은 악성질환은 아니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자들의 생존율은 계속 하락한다. 병의 경과 중에 혈전이 생긴다든지 혹은 용혈로 인해 신부전증이 발생하는 환자의 경우 통계상 유의미하게 생존율이 떨어진다. 이러한 환자들이 소위 생존율/사망률 예측시 고위험 환자군이며, 이러한 환자들을 임상시험이나 제도 등을 통해 선별하여 적극적으로 치료를 한다면 PNH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Q. PNH환자들이 진단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대략적인 기간은 어떻게 되는가?

- 관찰기간마다 다르다. 영국 데이터에 따르면 20년마다 생존율이 30~40%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75% 정도다. 우리나라보다 영국에서 혈전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다. 다만,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반 평균 수명과 비교했을 때 PNH 환자들은 4배 정도로 사망위험이 높으며, 혈전이 있는 경우 10배가 높다.

Q. 약 이외에 PNH 치료 방법이 없나.


▲ 서울의대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

- 골수 이식이 유일하게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PNH 세포들을 정상인의 세포들로 바꿔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공여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식을 통해 완치가 되는 것은 드문 사례다. 골수 이식시 20% 정도는 합병증으로 사망하며 나이에 따라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 또한 증가한다. 이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식 유전자가 부합하는 사람도 찾아야 한다. 솔리리스는 병의 원인 중 하나의 메커니즘을 차단하여 병이 진행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병은 그대로 남아있다. 마치 당뇨환자가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혈당을 조절, 관리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Q. 약물 사용시 환자 삶의 질적 향상에도 영향이 있나.

- 국내 PNH 환자의 중간 나이가 38세로 한창 사회적으로 활동할 때다. 솔리리스를 투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삶의 질에 대해 치료 과정에서 6개월마다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된 것을 볼 수 있다. 통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힘들었던 환자들이 점점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하게 된다. 수치화된 삶의 질 척도도 있다. 보험급여로 국가재정을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가 느낀 삶의 질 향상을 6개월 후에 환자가 기입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장여부를 결정한다.

Q. 하지만 솔리리스 30ml가 600만원 달할 정도로 고가라는 점이 늘 지적되는 문제다.

- 현재 국내에서 솔리리스 투여중인 환자는 36명이다. 이 중 급여 신청은 이뤄졌으나 심사에서 탈락한 환자가 약 10여명에 달한다. 솔리리스를 맞고 생존하는 환자 수가 계속해서 누적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상으로 걱정하는 것 같다.

Q. 솔리리스 장기투여시 내성 등의 우려 없나.

- PNH환자들은 일반 생존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솔리리스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일반 생존율과 비슷하게 나타나 생존율을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솔리리스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 저항성을 지닌 환자들이 극소수가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Q. 솔리리스 급여화가 된 지 1년 정도 됐다. 일각에선 현재 급여기준이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다.

- 그런 부분도 있다. 일례로 현재 기준에 수혈량이 포함돼 있는데, 사실 수혈과 환자 상태는 연관성이 없어 불필요한 기준이다. 현재 PNH 관련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네 가지 기본필수 조건을 충족시키고 또한 수술을 필요로 하는 신부전, 마약(진통제) 혹은 입원치료를 필요로 하는 복통 등 합병증이 있어야 한다. 결국,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야 약(솔리리스)을 사용할 수 있다.

Q. 약물 반응이 좋지 않으면 6개월 이후 못 쓰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현재까지 반응이 좋지 않아서 사용이 중단된 사례는 없다. 고가의 약인데다가 희귀질환이라 우여곡절 끝에 급여를 허용한 예민한 사례이기 때문에 사전심의위원회가 존재한다. 치료제 사용 전에 환자에 대한 사전 서류를 제출하고 이를 통해 사전 심사가 이뤄진다. 이 심사에서 통과된 환자들에 한해서만 솔리리스를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사전심의 없이 처방을 허용한다면 병원과 환자 입장에서 환자들이 사용을 중도에 중지해야 하는 등 이후에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환자들에 대한 급여 삭감이 어렵다. 선정 기준뿐 아니라 6개월마다 환자들의 급여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모니터링 및 검토가 이뤄진다.

Q. 전체 국내 환자들 중 10% 정도가 솔리리스를 투여받고 있다고 보면 되는가.

- 10%까지는 안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공개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NH를 주상병으로 보고된 환자는 290여명이다. 하지만 기타 합병증을 동반한 PNH환자의 상병코드가 부상병으로 기록돼 있다면, 이 290명의 숫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즉 실제 환자수는 최소 약 300명에서 최대 600명 이상으로 생각된다.

Q. 전체 국내 환자 중 고위험 환자들만 이 약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나.

- 그렇다. 비용효율을 따지는 거다. 1년에 환자 1인당 4억원 가량이 소요되는데 치료제 사용을 중단하면 병은 그대로 남아있거나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생존하는 환자가 늘어날수록 환자 수는 누적된다.

Q. 국내 급여기준이 적당하다고 보는가?

- 그렇지는 않다.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처럼 엄격한 기준이 없다. 그러나 치료제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정부가 경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굳이 심각한 합병증을 앓는 환자가 아니더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입장이다. 접근 방법,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격차가 좁혀지지가 쉽지 않다.

- 동일한 금액으로 골수 이식을 하면 완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비용효율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PNH 환자 입장에서는 이식에 대한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양측 의견의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Q. 환자들이 급여기준에 대한 불만을 가질 것 같은데.

- 그렇다. 설득할 수밖에 없다. 경험에 비춰 보았을 때 의외로 장기간 투여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솔리리스는 2주마다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또 병의 진전을 차단하여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여를 중단할 경우 원상태로 복귀되거나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평생 약을 투여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투여를 거부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런데 증상이 심각하여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투여가 평생 요구되더라도 환자들은 투여를 선택한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