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간협 등은 예정된 행사 취소…의협-대의원회는 임총 전 세 싸움만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비통에 잠긴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정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지자체와 문화·스포츠계 등은 예정됐던 행사들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애도는 표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치열한 세(勢)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하자 예정됐던 행사를 연기한 약계와 간호계와도 비교되는 모습이다. 대한약사회는 오는 19일 개최하려던 전국여약사대회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고 대한간호협회도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원격의료 저지 및 의-정 협의 철회, 간호법 제정 및 보건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전국 간호사·간호대학생 결의대회’를 잠정 연기했다.

그러나 ‘내부개혁 vs 불신임’으로 대립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과 대의원회는 오는 1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 회장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긴급 회원 설문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의협 집행부는 지난 16일부터 회원들에게 투표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회원설문투표는 16일 오전 10시부터 임총이 열리는 오는 19일 오후 3시까지 진행된다.

그러나 일반 회원들은 280여명의 생사 확인이 되지 않아 모든 국민이 애통해 하는 시점에 의협 회장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에 참여해 달라는 독려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회원은 “의협이 짧지도 않은 매우 긴 문장으로 무려 5번이나 문자를 보내고 있다”며 “온 나라가 슬픔과 비통에 잠겨 있는데 그만했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의협으로부터 문자를 받은 또 다른 회원도 “중요한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되는 판에 의협회장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를 보낸 게 적절한 행동이냐”며 “이제는 짜증이 난다”고 혀를 찼다.

이같은 비판에 의협도 18일부터는 투표 참여 독려 문자 발송은 중단했으며 일간지에 여객선 침몰 사고로 인한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는 광고를 게지하기도 했다.

임총을 앞두고 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는 대의원회와 시도의사회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시도의사회장들은 노 회장 불신임 여부를 결정하는 임총을 앞두고 대의원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또한 회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노 회장의 재신임 여부 등을 묻는 회원 투표에 참여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불신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도의사회장들은 의협처럼 문자메시지도 활용하고 있다. 이들이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노 회장이 주도하는 회원투표나 사원총회에 반드시 불참해주기 바란다. 회장의 독재를 끝장내고 대의원회가 정상을 되찾는 과정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협에 이어 시도의사회장들까지 문자나 서신으로 각자의 주장을 쏟아내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회원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의협이 진행하고 있는 회원설문투표에 18일 오전 11시 기준 1만3,696명이 참여하는 등 기존보다 낮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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