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언론 향해 쓴소리…‘진도 여객선 참사 위기 대응팀’ 구성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280여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생존자들이 받았을 정신적 외상을 고려해 언론보도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의학계 내에서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지난 17일 "이번 진도 여객선 침몰 사건은 심각한 집단 외상에 해당되며 따라서 생존자들의 상당한 정신적인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기우일 수도 있겠으나 언론 보도와 관련해 사고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비통함을 가장 먼저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학회는 이어 "국가적인 재난 사태에서 흥미 위주의 보도는 지양해 달라"며 "뇌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경우 정보나 언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보도에 있어 아이들의 정서와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학교는 친구와 학생들을 잃은 슬픔이 가득하지만 사고를 수습해야 하는 현장"이라며 "그 현장에 들어가서 인터뷰를 하거나 사진으로 담지 말아 달라. 이로 인해 이차적인 외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이번 사고로 상처를 입은 우리의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 달라"며 "아이들을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자가 아닌 그 마을의 일원이 되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학회는‘진도 여객선 참사 위기 대응팀’을 구성하고 생존자들의 정신적 외상 치료를 위해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들로 구성된 심리지원팀도 꾸렸다. 이를 통해 청소년 생존자들 중에서도 고위험군 학생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상담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야 하는 고위험군은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이 심하거나 장기화되는 경우 ▲가까운 친구나 이성 친구를 잃은 경우 ▲사망한 학생의 상황과 자신의 상황을 동일시하는 경우 ▲자신이 주변 친구의 사망과 어떻게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상처받기 쉽거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경우 ▲과거에도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경우다.

구조된 학생들에 대해서도 부모나 주변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애도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아이가 애도 반응을 숨기거나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겪어 나가도록 돕고, 아이들이 이차적인 외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사고 관련 소식에 반복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소문, 학생들의 모임, 미디어에 노출 등을 지도 감독해야 하고 기자들도 학교 내 직접취재는 제한하고 언론 담당자가 보도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생존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급성기 스트레스로 가장 흔한 증상은 사고 관련 기억이 자꾸 떠오르거나 마치 그 일을 다시 겪고 있는 듯한 느낌, 악몽 등의 수면장애, 깜짝 놀라는 과각성 상태 등”이라며 “생존자로서 죄책감이나 우울감 등의 정서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두문불출하거나 외부와 단절하는 회피적인 행동 변화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 증상들은 적절한 정서적 지지를 통해 시간이 지나면 대개 호전되지만, 한 달 이상 장기화되는 경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진행돼 문제가 만성화될 수 있다”며 “이러한 정신적 외상을 겪은 생존자들이나 간접 피해자들의 경우 외상을 겪은 초기에 외상후 스트레스 반응을 평가해 고위험군에 해당되는지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고위험군으로 판정되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만성화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며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 뿐 아니라 추적 조사를 하여 고위험군을 다시 선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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