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성형외과 의사들이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최근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공개적인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사과로 끝나지 않았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이하 의사회)는 자체 조사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들을 공개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일부 대형 성형외과들에서는 유령의사(섀도우 닥터)의 수술이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유명한 성형외과의사가 상담 후 수술을 약속해 놓고 실제 수술은 유령의사가 맡는다는 것이다. 환자가 유령의사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과다한 마취제를 쓰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의사회는 명의 대여를 통해 마약으로 규정된 대량의 프로포폴을 유통한 정황을 포착하여 검찰 수사까지 의뢰했다.

상식 밖의 수술법도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국소 마취를 해야 하는 쌍꺼풀 수술의 경우도 수면마취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한다. 쌍꺼풀 수술은 눈을 감고 뜨는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만 하기에 환자의 정신이 깨어있어야만 하는 수술이다. 수술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부작용이 늘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더욱 치밀하게 스타 성형외과 원장 흉내를 내기도 한다고 한다. 같은 안경을 쓰고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식인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의사의 얼굴을 환자가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유령의사 문제가 성형외과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형화된 피부과나 안과뿐 아니라 일부 산부인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 피부과는 레이저 상담만 유명 의사가 하고, 실제 레이저를 쏘는 의사는 다른 경우도 많다. 환자는 눈에 레이저 보호대를 쓰고 있어서 누가 시술을 하는지 알기 힘들다. 일부 공장형 안과도 문제다. 시력교정수술의 경우 상담은 유명 원장이 하고 수술은 유령의사가 하는 식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산부인과도 유령의사는 존재한다. 환자들이 여성의사를 선호하다보니 남성 산부인과 의사는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여성 산부인과 의사가 상담을 해놓고 실제로는 남자 산부인과 의사가 수술하는 곳도 있다.

유령의사는 의사의 실력과 무관하게 ‘불법’이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이뤄진 계약 위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일하는 대다수의 의사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인 줄도 모르고 하고 있다. 성형외과의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윤리교육을 받아야지만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령의사 문제는 성형외과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고 단순히 윤리교육만으로 개선될지도 의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의사-환자 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 문제를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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