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정화 칼 뺀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차상면 부회장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성형외과 의사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직접 드러내며 자율정화에 나섰다. 이들의 자율정화가 공론화된 것은 지난해 12월 성형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뇌 손상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의료사고가 계기였지만 수면 아래서는 그 이전부터 움직임이 있었다.

의료사고를 일으킨 문제의 G성형외과병원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 검찰 고발이라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한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그 선두에 있다. 성형외과의사회 차상면 부회장은 지난 1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유령의사(섀도 닥터)가 대리수술을 하고 있는 대형 성형외과병원들을 지난해 이미 파악했으며 의사회 차원에서 올해 12월 31일까지 유령의사들을 정리하라고 통보한 상태라고 했다.

내부적으로 자율정화를 시작한 상태에서 G성형외과 문제가 터져 공론화됐고 이 기회에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는 것이다. 차 부회장은 이날도 G성형외과 검찰 고발 문제로 변호사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Q. 성형외과의사회가 직접 칼을 빼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비단 그 성형외과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동안 소문은 무성했고 심증은 있었지만 증거가 없었다. 하지만 의료사고가 터지고 집도의와 병원 측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근로계약서 등이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그 병원이 타깃은 아니었지만 이번 의료사고를 계기로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병원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의사 한 명이 하루에 10명 이상 수술하기는 힘들다. 그 이상 수술 실적이 나오는 병원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Q. G성형외과 측은 유령의사는 없다는 입장인데.

- 다른 병원보다 적을 수는 있지만 분명하게 유령의사가 수술했다는 증언이 있다. 안면윤곽, 양악은 그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 양악수술은 구강외과 선생이 하고 지방흡입은 산부인과 선생이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문제는 환자를 상담한 의사와 수술한 의사가 다르다는 데 있다. 수술을 잠깐 도와준 게 아니라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이 모르는 의사가 수술을 했다. 의료사고 관련 집도의는 유령의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조사해 보니 근로계약서에 대리수술을 했을 때 몇%를 받는다는 게 명시돼 있었다.

Q. 한 개의 수술실에 침대가 두 개씩 있는 성형외과가 많은가.

- 대형 성형외과병원 몇 곳이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도 놀랐다. 심지어 수술실 하나에 11개의 침대를 놓고 수술하는 병원도 있다고 한다. 겨우 파티션 하나 놓고 수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수술실에 환자를 데리고 들어갈 때는 재워서 들여보내거나 차트로 환자의 시선을 가리고 들어간다고 하더라.

Q.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사용량이 특히 많았다고 하는데.

- 모든 환자를 거의 잠들게 한 뒤 수술했다. 성형외과에서 환자를 잠들게 한 뒤 수술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소마취 주사를 놓을 때 아프니까 프로포폴 소량을 투여해 잠깐 잠들게 하는 정도다. 그런데 G성형외과병원은 수술 시작부터 끝까지 환자를 재웠다는 것이다. 유령의사를 쓰는 병원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또 수술하다가 환자 상담을 해야 한다는 연락이 오면 내려가서 상담하고 와야 하니까 환자가 깨어나지 못하도록 프로포폴을 더 투여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한 진술도 확보해 놓았다.

Q. 100% 유령의사로 운영되는 성형외과병원도 있다고 했다.

- 조만간 밝힐 것이다. 대형화된 성형외과는 법을 지키면서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 대형 성형외과병원들은 대부분 광고비로 매달 수억원씩 지출한다. 그렇게 나간 비용을 충당하려면 준법정신을 지켜가면서 수술해서는 힘들다.

Q. 외과 계열이 아닌 일반의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수술하는 병원도 있다고 들었다.

- 그런 성형외과병원이 몇 군데 된다. 어딘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G성형외과 사건을 통해 그 병원들도 자체적인 정화노력을 할 것으로 본다. 일부 병원에서는 데리고 있던 유령의사나 GP(일반의)들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해 성형외과의사회에서 회원들에게 GP와 동업하거나 GP를 고용해 대리수술을 하는 부분을 2014년 12월 31일까지 정리하라고 했다. 이 기간 내에 정리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겠다고 했다. 자체 정화를 하고 있던 중에 G성형외과 사건이 터진 것이다.

Q. 유령의사 중에 일반의가 특히 더 많은가.

- 성형외과병원에서 유령의사로 근무하는 사람들은 GP일 수밖에 없다. 왜냐면 그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내세우고 수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Q. 이런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의료수가가 너무 낮다 보니 비급여 영역인 성형 시장으로 많은 의사들이 몰리고 있다. 그 속에서 경쟁을 해야 하니 가격 덤핑이 이뤄지고 덤핑한 만큼 더 많은 수술을 하게 되는 것이다. 20년 전 쌍꺼풀 수술비가 10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29만원만 받는 성형외과도 있다.

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병원들이 대형화되면서 광고비로 매달 수억원씩 쓰게 되고 그 광고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성형수술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악순환이다. 그러니 당연히 의료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형 성형외과병원에서 의료사고가 터져도 환자들이 그 병원으로 몰리는 이유는 막대한 돈을 투입한 광고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 때문이다. 광고를 많이 하는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그 곳을 명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성형 관련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 성형도 수술이므로 부작용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 생각은 하지 않고 상품으로만 여긴다. 성형수술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해 버리면 되는 상품이 아니다.

Q. 어느 선까지 광고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버스나 지하철, 영화관 등 공공장소에는 성형수술 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수술 전후 사진을 광고로 활용하는 것도 못하게 해야 한다.

Q. 하지만 정부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국제공항 등에 한해 외국어로 만든 의료광고는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려면 해외에 나가서 광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내에서 광고한다고 해서 외국인 환자 유치가 활성화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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