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대학병원들이 수행하는 신약 개발 관련 임상시험연구비에 떨어진 세금폭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국세청이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임상시험연구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대학병원들에게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임상시험용역금액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실제로 국세청은 한림대와 을지대, 가톨릭대 3개 학교법인에게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개년에 대한 부가세 추징에 나섰다. 이들 학교가 내야하는 부가세는 130억원이다. 병원협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나머지 의료기관들이 부담해야할 금액은 9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제약사들이 병원에 부가세를 포함한 임상시험연구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징수로 병원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논란이 있다. 1977년 부가가치세법이 시행된 이후 임상연구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제약회사들도 임상연구비용에는 부가세 항목을 넣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단순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현행법에는 ‘새로운 학술 또는 기술 개발을 위해 수행하는 새로운 이론·방법·공법 또는 공식 등에 관한 연구 용역’은 면세 대상이라고 명시돼 있다. 다른 법도 아닌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 32조다.

현재 국세청은 모든 임상연구를 과세 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1상부터 3상 연구는 특히 순수한 학술적인 연구에 가깝다. 시판 이후에 행해지는 4상 연구는 식약처 허가 연장이나 부작용 발견 등의 학술적 목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케팅 수단의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1상부터 3상까지의 연구는 그야말로 좁은 의미의 연구다. 과거 5년치 세금을 이제 와서 전부 징수하겠다는 방침은 더욱 황당하다. 이는 국세법에 명시되어있는 소급과세 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

만약 국세청이 굳이 과세를 하겠다고 하면 열 번 양보해도 4상 연구에 국한하는 것이 옳으며, 백 번 양보해도 앞으로 행해지는 연구에 국한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세 움직임이 각국의 임상시험 유치경쟁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들은 위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국의 임상연구 관련 지위가 견고한 편이지만, 부가세 면제 조치가 사라질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기재부가 복지부와 아무런 논의 없이 정책을 추진했다는 점도 황당하지만, 뒤늦게라도 복지부가 사태파악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부처간 협의가 없었다’는 원론적인 변명만 한다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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