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인공부화로 갓 태어난 오리는 처음 만난 움직이는 대상을 보면 어미라고 여기며 평생 따라 다닌다. 생후 초기에 나타나는 본능적인 행동인데 이를 각인(刻印)이라 부른다.

각인 효과는 제품 홍보를 비롯해 기업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빈번히 활용되기도 한다. 일종의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인데 한번 각인되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는 게 강점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이미지 메이킹에 한창이다. 간호보조라는 업무 한계를 뛰어넘어 실무간호인력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게 그들의 목표다. 곳곳에서 그들의 염원이 담긴 메시지가 눈에 띈다.

우선 김현숙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간호조무사의 정체성을 의료선진국의 LPN(실무간호사), 준간호사처럼 확립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간호인력개편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규제개혁위원회가 2018년부터 2년제 대학에서도 간호조무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으로, 복지부가 간호인력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들은 국내에도 외국의 LPN과 같은 새로운 간호조무사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간무협은 이런 염원을 담아 내부 교육을 강화하는 등 자체적으로도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매년 선행과 봉사활동을 했거나 간호조무사의 위상을 높인 회원 중 한명을 'LPN 대상' 수상자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회원카드 명칭을 ‘LPN’으로 정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간무협의 행보에 대한간호협회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PN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은 직군인 만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민들이 간호조무사를 간호사로 오인할 수 있다며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도 현재로서는 LPN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환경은 앞으로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그럴수록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직역의 업무 구분을 둘러싼 논의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업무 구분을 둘러싼 논의가 소모적인 갈등에 그쳐서는 안된다. 상호 발전적 방향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때문에 간무협의 LPN 용어 사용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 염원을 담은 것뿐이라고 생각하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다. 일반인들은 국내에 LPN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조무사가 LPN이고 LPN이 간호사라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인이라는 게 새롭게 접할 때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면 반대로 이는 바로잡기 어렵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자신들의 소망을 담기 위해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행동은 어떤 이유에서든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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