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대정부 투쟁 과정 이전부터 갈등 관계에 있어왔던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임시총회를 계기로 완전히 갈라서는 모양새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투쟁 이후 SNS를 통해 지금과 같이 집행부를 견제하려고만 하는 대의원회를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했다. 반면 대의원회는 노환규 회장의 독단적인 회무를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임총에서는 이런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노환규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자리에서 KMA Policy 수립의 필요성을 발표하자 대회장에서는 ‘인사말이나 하라’는 지적과 ‘항상 이렇게 독단적이냐’는 고함이 나왔다. 대의원회 변영우 의장은 ‘투쟁 중에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의협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에 정관 준수를 요구했으나 무시됐다’며 불만을 표했다. 또 회원 투표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문제로 지적된 투표는 임총 직전에 실시한 ‘총파업 재진행’에 대한 조사다. 투표가 실시된 표면적 이유는 정부가 의정협의를 깼다는 이유였지만 이면에는 대의원회를 믿지 못하겠다는 집행부의 뜻도 담겨 있다. 내막을 살펴보면 임총에 앞서 의협 집행부가 ‘총파업 재진행’을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요청했으나 운영위는 정관상의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회차를 달리하는 긴급 임총을 같은 날 개최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집행부가 ‘총파업 재진행’에 대한 전체 투표를 실시한 것이다. 결과는 2만 5천여명이 투표했고 총파업 재개를 지지하는 회원이 85.7%에 달했다. 총파업 돌입 여부는 대의원총회 결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회원 투표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52.9%에 이르렀다.

노 회장은 ‘협회의 주인은 회원’이라며, 회원 투표가 정관에 없다는 이유로 회원들의 투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열린 임총에서는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되 노환규 회장은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노환규 회장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회원 투표를 통해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원총회를 열겠다고 했다. 대의원회와 현 집행부가 곧 ‘전쟁’이라도 벌일 태세로 충돌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갈등이 회원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큰 혼란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한다. 정관을 준수해야 한다는 대의원회의 주장이나 협회의 주인은 회원이라는 의협 집행부의 주장 모두 원론적으로는 옳다. 하지만 정관 운운하며 의료계의 지도자들이 벌이는 감정싸움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회원들은 답답해하고 외부에서는 어처구니 없어한다. 지도부가 이렇게 와해된 상태에서는 대정부 투쟁도 협상도 모두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민이 의료계의 이런 내홍을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생각해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금이라도 양측이 서로 양보하고 화합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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