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시범사업 준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비판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대한의사협회가 다시 ‘총파업 카드’를 빼들었지만 의료계 내부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2차 의정협의 결과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이행될 수 있도록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점에 의료계 내부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의협은 ‘입법 후 시범사업’이라는 기존 내용이 변경되지 않은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바로 다음날인 26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원격의료 선(先)시범사업을 수용하기로 한 2차 의정협의 결과를 어겼다며 총파업 재진행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오는 30일 열리는 임시대의원총회에 총파업 재진행 여부에 대한 내용을 긴급 안건으로 부의 요청했다. 이에 따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긴급성 등을 검토해 임총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한다.

임총은 부의안건만 다룰 수 있는 만큼 총파업 재진행 여부를 묻는 안건을 대의원회 운영위에서 상정해야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면서 이제는 문서화한 약속도 신뢰할 수 없음을 확인시켜줬다”며 “앞으로 적어도 의-정간에는 문서화된 약속도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임총 안건 상정 여부를 떠나 2차 의정협의 결과를 파기하고 총파업 투쟁을 재개하는 게 실효성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임총 안건 상정 여부는 대의원회 운영위에서 결정하겠지만 이미 2차 의정협의문에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시범사업을 먼저 시행하고 입법에 그 결과를 반영한다고 돼 있다”며 “이 자체가 법안 발의를 용인한 것 아니냐. 정부가 법안을 발의한다고 해서 바로 입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 만큼 정부가 의정협의 결과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총파업을 다시 할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그것보다 지금은 오는 4월부터 6개월 동안 진행하기로 한 시범사업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대한개원내과의사회가 성명도 발표했지만 6개월만 진행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잘못되면 요식행위에 그쳐 정부한테 면죄부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잘못하면 의료계가 이용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제는 정부와 싸워봐야 소모전에 불과하다. 결국 국회에서 막아야 한다. 앞으로는 국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도의사회장도 “이미 그동안의 투쟁 과정에서 의료계 단합이 많이 깨졌고 여전히 회원들은 혼란스러워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총파업 재진행 여부를 묻겠다면서 회원들을 또 다시 흔들고 있다. 2차 의정협의 결과에 담긴 아젠다들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이행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황인방 회장(대전시의사회장)은 “원격의료법(의료법 개정안)의 경우 정부에서 발의하고 이후 입법 과정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해 반영하기로 한 것 아니었느냐”며 “좀 더 지켜봐야지 무조건 정부를 코너로 몰겠다고만 하면 오히려 회원들만 피곤해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총을 나흘 앞두고 안건으로 부의할 만큼 긴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충북도의사회 홍종문 회장은 “의정협의문 문구만 보면 약속 불이행이라고 볼 수도 없는 상황에 총파업 재진행 여부가 긴급한 사안인지 모르겠다”며 “임총을 열어서 할 것은 바로 총파업 재진행 여부가 아니라 투쟁체를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의사들을 하나로 묶는 투쟁체를 만들어서 움직여야 한다”며 “시도의사회장들이 투쟁에 부정적이라고 비판하는데 그렇지 않다. 확실히 준비해서 제대로 투쟁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노 회장 혼자 통·반장 다 할 게 아니라 16개 시도의사회 등과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도의사회장은 “노 회장이 대의원이나 시도의사회장들보다는 정치적으로는 한 수 위인 듯하다”며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 투쟁에 반대하는 것이냐는 비판을, 상정한다고 해도 임총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모든 책임이 대의원회에 전가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개원의는 “총파업 재진행 여부를 묻는 안건을 임총에 부의하기 전에 2차 의정협의 결과를 파기하는 것이라면 노 회장이 먼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순서”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