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안태범

증례
70세 남성이 약물효과가 약해지는 증상으로 왔다. 운동완서, 보행장애 등으로 5년 전에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았고 약물 복용 후 증상은 호전되었다. 안정적인 약물 반응으로 외래 진료 중1년 전부터 약물 복용 후 약효가 불충분하고 (inadequate ‘on’),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며(약효소진, wearing ‘off’), 약효가 충분할 때는 몸이 약간 꼬이는 증상(non disabling peak-dose dyskinesia)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진찰 소견
약효가 있는 상태(on stage)에서 시행한 신경학 검진에서 얼굴 표정이 감소되고 사지의 움직임, 자세 변경 움직임은 경미하게 느리며 약간 앞으로 굽은 자세(stooped posture)로 자세반사(postural reflex)는 정상이었다. 상체가 불수의적(involuntary)으로 움직이는 경미한 이상운동증(dyskinesia)이 있었다.

처방 및 치료경과
외래 방문 당시 약물은 levodopa 800mg (200mg 하루 네 번), entacapone 600mg (200mg 하루 세 번; levodopa복합제), ropinirole 2mg (서방정), selegiline 10mg (5mg 하루 두 번)을 복용 중이었다. 환자는 약물 복용 후 1시간쯤 지나야 약효가 느껴진다고 하였고 어느 때는 2시간이 지나야 조금 나아진다고 하였다. 충분히 약효가 있다고 느끼는 시간은 약물 복용 후 2시간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약효가 떨어지는 시기(off stage)에는 상복부의 심한 불쾌감이 있었다. 상복부 불쾌감으로 내시경 검사를 하였으나 약간의 위염 외에는 정상 소견이었다. 상복부 증상은 프로톤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 H2수용체 차단제(H2 receptor blocker) 등의 약물 복용으로 호전되지 않았다.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약물을 변경하였다. Levodopa 850mg (확산정 300mg포함), entacapone 600mg (독립제형)으로 조정하였고, ropinirole과 selegiline 은 용량 및 투여 방법을 변경하지 않았다. 약물 조정 후 약효 발현은 약물 복용 후 30분 이내로 단축되었다. 지속시간도 1시간 정도 늘었고 상복부 불쾌감도 호전되었다.

고찰
이 증례의 환자는 임상적으로 파킨슨증이 있으며, 이런 증상이 약물에 지속적인 반응과 더불어 약물유발이상운동증 등의 운동합병증(motor complication)이 발생한 바,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파킨슨병 환자가 약물 치료 경과 중에 약효소진이나 약물유발이상운동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약효소진 현상은 서동증이나 떨림 등의 운동증상(motor symptom)이 약물 복용 후 효과적으로 개선되었다가 약효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증상이 다시 심해지는 것인데, 약효소진은 비운동증상(non motor symptom)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 환자는 약효가 떨어지면서(‘off’) 발생하는 위장관 증상으로 고통을 겪었다.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파민효현제(dopamine agonist), 서방정 형태의 levodopa, 도파민 대사를 늦춰 주는 약물(MAO억제제, COMT 억제제) 등의 사용이 추천된다. 그러나 서방정 형태의 약물의 경우 약물 농도가 천천히 증가되고 감소되는 특징 때문에 약효를 연장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약효가 늦게 발현되는 증상(delayed ‘on’)은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 증례에서는 약효소진과 약효발현지연을 고려하여 작용 시간이 빠른 약물제형(levodopa확산정)과 다른levodopa제형을 결합하였다. 새로운 약물 조합으로 약효 작용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고 약효 지속 시간도 효과적으로 연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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