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제주 의전원, 7년제 학석사통합과정 운영…부실교육 시선 적지않아


▲ 동국대 서울캠퍼스 강의실 전경. 동국대의학전문대학원 학석사통합과정 입학생들은 경주캠퍼스에 있는 의전원 소속이지만 학사 1학년 교육을 서울캠퍼스에서 받는다.

[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국내 의전원 중 학석사통합과정을 개설한 곳은 동국대의전원과 제주대의전원 등 두 곳이다. 학석사통합과정에 별도 정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총 의전원 정원 중 일정비율을 학석사통합과정으로 뽑을 수 있는데, 동국대의전원 경우 정원의 30%(15명), 제주대의전원 경우 정원의 50%(20명)를 학석사통합과정으로 선발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총 의전원 정원 중 50%까지 선발할 수 있다.

제주대의전원은 2014년도 입시에서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정시모집을 통해 나군과 다군에서 학생을 선발했다. 참고로 나군에서 학생을 모집한 주요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가톨릭대, 국민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동국대, 부산대, 서울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다군에서는 가천대(글로벌), 건국대, 경기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아주대, 중앙대, 홍익대, 서울과학기술대, 한국외대(글로벌) 등이 있다.

제주대의전원 학석사통합과정의 나군 경쟁률은 9명 모집에 51명이 지원해 5.67:1, 다군 경쟁률은 5명 모집에 50명이 지원해 10: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6명은 지역할당으로 수시모집).

동국대는 학석사통합과정 입학생이 대학원 소속이라는 점을 이용해 가, 나, 다, 라군에 구애받지 않고 지난해 12월 원서접수를 시작해 올 2월 학생 선발을 마쳤다. 2014학년도에는 15명 모집에 888명이 지원해 59.2: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의전원 ‘젊은’ 인재 확보가 목적

학석사통합과정 개설의 법적 근거는 고등교육법 제29조3항(학위과정의 통합)이다. 이 조항은 지난 2011년 7월 21일 신설됐는데, 정부입법을 거쳤다. 교육부 대학원지원과는 정부가 이법을 만든 이유에 대해 ‘의전원에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학석사통합과정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원지원과 한 관계자는 “의대학부를 폐지해야 하는 의전원 선택 대학의 경우 아무래도 의대보다 우수학생 확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의전원에) 우수자원을 조기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목표에 의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전원 체제 유지에 대한 동기부여도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의대, 의전원 선택 시 의전원을 선택한 학교에 일종의 ‘당근’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전원을 도입한 것은 다양한 경력을 가진 대학졸업자를 의사로 키워 다양한 분야로 진출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의전원 도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수많은 의전원은 모두 의대로 복귀했다. 정부는 그 와중에 의전원으로 남아 정부의 ‘체면’을 세워준(대학별로 다양한 사연이 있겠지만) 의전원에 학석사통합과정이라는, 의대와 경쟁할 수 있는 카드를 쥐어준 것이다.

이런 점은 동국대의전원과 제주대의전원도 인정했다. 임기 중 학석사통합과정을 도입한 동국대의전원 임현술 전 학장(아직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기 때문에 학장이라는 직함 사용)은 “학석사통합과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면 젊은 학생들을 입학시킬 수 있다”며 “인턴과 전공의 등 수련과정에 빨리 도달해서 좋고 애교심도 더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제주대의전원 홍성철 원장은 “(학석사통합과정은) 의대와 의전원 중 선택하던 시기에 의전원을 선택하는 조건 중 하나였다”며 “교육부가 약속을 했고, 이것 때문에 의전원을 선택한 부분도 있다. 자꾸 의전원에만 특혜를 줬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하는데 모든 대학원에 다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 ‘학사 3년 교육’

의학교육계에서는 의전원의 학석사통합과정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실상 의대와 다를 바 없지만 부실한 교육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동국대의전원 학석사통합과정에 입학한 학생들을 위해 한차례 강의를 했다는 한 의대 학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불쾌했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 인사는 “작년에 동국대 한 교수가 의전원에서 학석사통합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그 학생들이 동국대 서울캠퍼스(장충동)에서 공부하고 있으니 하루만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며 “가보니 교양학부 강의실에 학생들이 모였는데, 학생들도 자신들을 무슨 과에서 관리하는지 잘 모르는 등 여러 가지로 학사관리가 안되는 것처럼 보였다. 내심 불쾌했다”고 전했다.

그는 “학석사통합과정이라고 하면 학사 3년 과정이 중요한데 이 과정을 제대로 실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학사과정 학생들을 특정 과에서 확실히 관리해야 하는데 학생들을 이렇게 사각지대에 둬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학석사통합과정 학생들의 학사 3년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의전원 측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동국대의전원의 경우 지금까지 선발한 1, 2학년 교육이 잘 이뤄졌다고 자평하며, 아직 학생들이 진급하지 않은 3학년 교육과정은 올해 8월까지 확정해서 내년 3월부터 시행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체크하겠다는 것이지만 아직 3학년 교육과정이 완전하게 준비되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제주대의전원의 경우도 학사 3년 교육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동국대의전원과 자신들이 이 3년 과정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 이유는 의대를 운영해 본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적이다’라는 자평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은 가시지 않는다. 동국대의 경우를 보면 아직 병행하고 있는 의대와 의전원은 모두 경주캠퍼스에 위치해있다. 그러나 학석사통합과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의전원 소속임에도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교육받는다.

이 학생들은 1학년 때는 주로 장충동에 있는 서울캠퍼스에서 교양 위주 수업을 받고, 2학년이 되면 일산에 위치한 동국대의료원에서 교양과 일부 임상수업을 받는다. 3학년이 되면 경주로 내려와 석사과정 4년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지도교수도 있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직원이 경주캠퍼스에 두명, 일산 동국대의료원에 한명 등 총 세명이 있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수업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국대의전원 남경수 학장은 “솔직히 경주는 지방중소도시다. 학석사과정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강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학생들의 눈높이도 높다. 아무래도 서울캠퍼스 쪽이 다양한 분야에 강사들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 학장은 궁극적으로는 경주캠퍼스에 교수를 확충해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사 3년 교육과정에 대한 부담은 동국대의전원과 제주대의전원 외 다른 곳에서 학석사통합과정을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강원대의전원 한 관계자는 “학석사통합과정을 도입할 경우 최종적으로는 이 학생들을 위해 따로 건물이 하나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형 자체로 보면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학석사통합과정 교육과정에 대해 주무부서인 교육부가 별다른 심사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교육부는 법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문제기 때문에 아직까지 특별히 교육과정을 심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원지원과 관계자는 “이제 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이 있는 상태기 때문에 현장실사를 나가거나 하진 않았다”며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자율에 맡긴다. 하지만 향후 이 과정을 도입하는 의전원이 늘어난다면 관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수한 연구인력 배출 기대

학석사통합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동국대의전원과 제주대의전원은 학석사통합과정이 젊고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과 일각에서 ‘7년제 의대’라는 비판을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과정을 통해 연구능력이 우수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대의전원 홍성철 원장은 “(교육부가 학석사통합과정을 만든 취지는) 국내 석사인력 부족이 대학의 연구 질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석사 취득 기간을 단축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하려는 것”이라며 “의전원 학석사통합과정도 마찬가지다. 학생들 입장에서 의사가 되는 선택지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의사가 빨리 되는 것이 목표라면 의대에 가고, 연구하는 의사가 되려고 한다면 학석사통합과정을 하는 것이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의전원 남경수 학장은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 임상의사가 된다. 학석사통합과정이 도입된 것은 석사를 일찍 취득한 인재들이 박사과정을 빨리 밟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임상의사들은 지금도 많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 일부라도 연구하는 의사가 배출된다면 기초의학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과정에서 1년 플러스되는 것이 아니라 의전원 과정에서 1년 마이너스시킨다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의대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의전원의 단점을 보완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의전원의 실패사례를 접한 바 있는 의학교육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의전원이 고등학교 졸업생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중요한 사항을 별다른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결정했다는 점은 향후 의학교육계 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아주의대 임기영 학장은 “솔직히 이 과정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제도의 장단점을 떠나서 이런 중요한 제도 변화를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하지 않았다는 점은 큰 문제”라며 “이런 제도가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다면 의대, 의전원 선택과정에서 의대로 돌아간 상당수 대학은 의전원을 선택할 수 도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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