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이후“어디로 가려는 것이냐” vs “국민여론 등에 업는 것 유리”찬반 팽팽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대정부 투쟁을 이끌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노환규 위원장이 의료민영화 논란을 다룬 TV토론에 참여한 것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 2만명이 모인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 이후 ‘본의 아니게’ 의료계가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 앞장선 모양새가 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TV토론이기 때문이다.


▲ 지난 12월 21일 '의료민영화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진행된 KBS1TV '심야토론'.

노 위원장은 지난 21일 밤 ‘의료민영화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진행된 KBS1TV ‘심야토론’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유지현 위원장과 함께 참석했다.

노 위원장과 유 위원장의 상대로는 보건복지부 최영현 보건의료정책실장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이 출연했다.

이날 심야토론에서는 저수가체제를 기반으로 한 건강보험제도에서 비롯된 왜곡된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지만 ‘의료민영화 논란’이 주제인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토론이 주를 이뤘다.

TV토론 이후 의사커뮤니티에서는 의료계 수장이 의료민영화 반대에 앞장 서는 것으로 보이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부정적인 평가와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엇갈렸다.

의사 A씨는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함께 같은 편으로 토론에 참석했다는 것부터 이해가 안된다”며 “의협 회장 스스로 의사들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발언을 수시로 했는데 무엇을 위한 행보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의사 B씨는 “회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반대로만 하는 건 비대위원장의 소신이냐”며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옛날 우화가 생각난다. 도대체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 가려고 그러느냐”고 지적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의사 C씨는 “그렇게 실패한 토론은 아니었다고 본다. 집회를 가진 지 일주일 만에 복지부를 토론회장으로 끌어냈고 토론 결과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서 의료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의사 D씨는 “온라인에서는 복지부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여론을 등에 업는 건 싸움에 있어 유리한 카드를 하나 손에 쥐는 것”이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노 위원장의 지지세력으로 분류되는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많은 회원들은 원격의료 저지, 영리병원반대라는 주장이 보건의료노조의 ‘의료 민영화 반대’라는 뜻밖의 구도로 전개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민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 없이, 진보적 정치세력과의 연대가 자칫 의료계가 주장해야 할 부분과 상충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전의총은 이어 “비대위는 의사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아젠다 설정을 원한다”며 “의료계 내부 동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안으로는 ‘적정수가를 위한 공정한 수가결정구조개선, 의약분업 파기 주장을 통해 의약분업의 근본적 문제제기, 각종 의료 악법 철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을 우려한 듯 의협 비대위는 지난 21, 22일 이틀 동안 진행한 워크숍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의료민영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대외적으로는 입장 표명을 보류하기로 의견을 정리했다.

또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투쟁’의 목표를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반대를 우선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혁,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 개선 등 건강보험제도 개혁으로 명확히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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