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의 제4의 불 - 융합과 미래

[청년의사 신문 정지훈] 국방고등기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PA)은 인간의 뇌와 유사한 형식으로 컴퓨터를 연결하는 ‘SyNAPS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3D 회로를 구성하고 운용할 수 있게 액체를 흘려보내서 냉각도 시키고, 전력도 분산시키는 새로운 디자인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IBM은 뇌처럼 낮은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동시에 효과적으로 대규모 병렬처리를 하는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인간의 뇌야 말로 수천만년 이상의 시간 동안 자연이 선택해서 진화시킨 정보처리 디자인의 현존하는 최고의 기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BM의 인공지능 관련 연구에서 최근 가장 각광받는 왓슨(Watson)은 어떨까? 사실 왓슨이 유명 방송 프로그램 제퍼디(Jeopardy)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그 뒤를 이어 미국 최고의 암센터 몇 곳에서 그 유용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과대평가된 점이 없지 않다. 학습하고 적응하는 알고리즘과 매우 빠른 속도의 연산으로 여러 가지 약점을 극복한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왓슨에 있는 인공지능을 사용하기 위해선 약 85kW를 소비해야 한다. 인간의 뇌가 20W 정도를 사용한다고 하니 왓슨이 쓰는 에너지는 4,000명의 사람들과 비교해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무척이나 불공정하다.

에너지와 부피를 줄이고, 연산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칩의 디자인이 변해야 한다. 지금 평면 형태의 컴퓨터 회로는 공기와의 접촉면을 늘리는 방식으로 발산되는 열을 식히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클럭의 주파수를 적게 해서 발열 자체가 적게 나도록 하는 것이 좋겠으나 클럭 스피드를 낮추면 결국 성능을 줄이는 방향이 되므로 선택하기 어렵다. 오히려 발열 자체는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어떻게 식힐 것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현재는 컴퓨터 칩에 파워를 공급하고, 연산을 통해 발생되는 열을 처리하기 위해서 집어넣은 구조물 등이 차지하는 부피가 실제 컴퓨터 연산에 필요한 부피에 비해 월등히 큰 상황이다. 그렇기에 적은 부피에 효율적인 연결의 수를 늘린 대규모 병렬컴퓨팅 기술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냉각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3D 컴퓨터 회로 디자인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에서 최근 3D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중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3D로 칩을 설계하면 공기와의 접촉 면적이 오히려 급감하기 때문에 발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방법 중 IBM에서 발표한 ‘Aquasar’라는 프로토타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Aquarsar는 인간의 뇌혈관과 유사한 액체 채널을 설치하고 여기에 액체를 빠르게 순환시키는 3D 구조를 가진 컴퓨터다. 인간의 뇌혈관이 주로 산소와 당분과 같이 인간의 뇌세포가 생존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3D 컴퓨터 칩은 연산을 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제거하는데 이런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현재 독일의 슈퍼컴퓨터인 Super MUC에 탑재되어 운용되고 있는데, 이는 비슷한 급의 슈퍼컴퓨터와 비교했을 때 에너지를 40% 정도만 소모한다고 한다.

만약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도 인간과 같이 액체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완전 허황된 얘기는 아닌 것이 실제 이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redox flow battery)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은 전선이 아닌 액체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인간의 몸에는 전해질이라는 것들이 있고 이들의 농도차이에 의해 전기 포텐셜(electric potential)이라는 것이 발생하게 된다.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는 음이온과 양이온이 우세한 2개의 액채 채널이 3D 칩을 이동하면서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게 한다. 실용성을 갖춘 시스템이 나오려면 아마도 10년 정도는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렇게 저전압에 저전력 시스템이 프로토타입이 나왔다는 점은 매우 크게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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