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교수, 의료패널 학술대회서 주장…“역선택 제외하면 효과 없어”김진현 교수 등 “민간보험사 가입자 선별 때문” 반박


[청년의사 신문 김진구]

민간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이 가입자들의 무분별한 의료이용 증가를 불러일으킨다는 견해를 뒤집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동아대 경제학과 김대환 교수는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건강상태가 염려돼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병원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역선택’을 제외하면 도덕적 해이로 인한 의료이용 증가는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의 연간 외래이용횟수는 가입 전에 비해 3.7회, 연간 입원일수는 1.2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실손의료보험으로 인해 가입자가 부담하는 의료비 부담이 감소했거나, 혹은 대부분 실손의료보험에 정액형 보장이 특약으로 통합돼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통계만 보면 실손의료보험이 마치 도덕적 해이를 굉장히 조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역선택 부분을 제외할 경우 실손의료보험 가입여부는 의료이용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본인의 건강상태가 염려돼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병원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역선택’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의료수요 증가가 마치 도덕적 해이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실손의료보험 가입에 따른 장·단기 의료이용 변화를 구분할 경우 의료이용 증가가 단기에 집중되는 반면 장기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외래의 경우 역선택을 제외하면 실손의료보험 가입 당해에는 외래방문횟수가 5.9회 증가했지만 1년 이후부턴 의료수요 증가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입원횟수나 입원비용 역시 역선택을 제외하면 단기와 장기 모두에서 증가하지 않았고, 입원일수의 경우 가입당해에만 증가했다가 1년 이후엔 증가효과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는 “실손의료보험은 단기적으로 외래 방문횟수와 입원일수를 증가시키긴 하지만 불과 1년이 지난 후엔 의료수요 증가효과가 사라졌다”며 “장기적으로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의료수요가 증가하는 순수한 의미의 도덕적 해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통계적인 분석일 뿐 여전히 상품구조를 보면 도덕적 해이를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어떤 형태로든 민간보험사의 가입자선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민간의료보험이 가입자의 의료이용량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하나의 수요법칙이며 기존 외국연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중증질환이 민간의료보험 가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선 민간의료보험이 가입자의 의료이용량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도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연구결과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세계의 실제자료와는 배치되는 것”이라며 “민간의료보험사의 가입자선별과 진료비 지급심사 관향, 패널자료의 불안정성 등의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의료보험사의 가입자 선별의 근거로 암환자와 심뇌혈관질환자의 민간의료보험개수 증가비율, 신규가입률, 민간의료보험 가입률 등이 낮은 점을 꼽았다.

예를 들어 뇌혈관질환자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일반인보다 33% 적게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등이다.

그는 “신체장애가 있을 때, 만성질환 개수가 증가할 때 추가가입, 신규가입이 감소했다는 결과는 국내보험사들의 가입자선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는 “김대환 교수는 연구대상에서 65세 이상 노령층과 미성년자들의 의료이용을 제외됐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며 “이들을 제외하면 의료를 이용할 사람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해석에 문제가 올 수 있다”고 김진현 교수의 반박에 힘을 실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현복 박사 역시 “같은 패널자료를 가지고 지난해 같은 연구를 했는데 나는 입원과 외래에서 모두 유의하게 의료이용이 증가한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다”며 “연구자마다 다른 결론이 나오는데, 이는 데이터 차이에 의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연구자 성향에 따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적 측면으로 보면 역선택이든 도덕적 해이든 민간의료보험이 의료수요를 높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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