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추진…醫 “개선됐지만…” 미심쩍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정부가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다. 기존 만성질환관리제보다 의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건강상담 등에 대한 별도 보상체계를 마련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때문에 만성질환관리제에 반대해 온 의료계도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지 않고 있다.

의사 역할 강화한 新만성질환관리제

보건복지부가 19일 발표한 새로운 만성질환관리제 모형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만성질환자의 진찰·처방 외에도 맞춤형 건강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칭)일차의료지원센터를 설치해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일차의료지원센터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와 의사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맡는다. 일차의료지원센터가 환자의 평소 건강관리 상태를 점검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사에게 보고하면 의사는 이를 토대로 환자에게 전문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금연클리닉, 영양체험 프로그램, 환자자조모임, 운동프로그램 등 환자가 원하는 다양한 지역사회 건강서비스도 연계한다.


기존 만성질환관리제와는 그 이름부터 다르다. 복지부는 만성질환관리제 대신 ‘지역사회 일차의료’로 명칭을 변경해 내년부터 4개 시군구에서 3년 동안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의료계의 반감을 해소하고 참여를 이끌기 위해 의료계 주도로 사업을 진행하고 보상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일차의료지원센터는 지역의사회 또는 의료기관이 구성한 법인 등이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필요한 경비는 전액 국고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일차의료지원센터는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지역당 2개소씩 설치되며 복지부는 센터 운영에 총 11억원(지방비 50%)을 지원한다.

교육상담 서비스에 대한 급여화도 검토된다. 기존 만성질환관리제는 환자가 의원에서 지속적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하면 진찰료 본인부담금을 30%에서 20%로 감면해 주는 ‘진료비 할인제도’로 의사에 대한 혜택은 없었다.

복지부는 조만간 대한의사협회, 각과 개원의협의회 등 전문가단체가 참여하는 (가칭)교육상담급여TF를 구성해 교육상담서비스 급여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그동안 의료계에서 교육상담과 관련해 급여·비급여 요청건을 살펴보면 내과계의 천식, 알레르기 등, 외과계의 관절질환자 교육, 척추질환 교육 상담, 성재활 상담, 요실금환자 교육 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사에게는 추가적인 상담서비스 제공에 대해 건강보험재정으로 보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보상체계 마련 등 개선은 됐지만…”

복지부가 발표한 시범사업 계획에 대해 의료계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교육상담서비스 급여화 등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체계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에 기대감도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심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은 “만성질환관리는 글로벌한 아젠다로 의원을 통해 관리를 잘해서 합병증으로 입원하는 건수를 줄이자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일차의료기관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문제는 의료계와 정부간 불신의 골이 깊다는 점이다. 때문에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복지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의사들이 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맡기고 정부는 상담 서비스 등에 대해 지원하겠다는 것 같다”며 “최선은 아니지만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수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사회 조인성 회장은 “기존 만성질환관리제는 진료 정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소와 공유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며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등에 대한 밑그림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이번 기회에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교육상담료가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공단이나 보건소가 만성질환관리제에 관여하는 부분이 빠지고 의사의 교육상담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인정할 만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그러나 “의사들이 만성질환관리제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건 추후 주치의제 도입이나 지불제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이런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 시범사업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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