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들 "연구자 윤리의식 문제…효과 문제로 봐선 안돼" 지적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최근 일본에서 연달아 터진 치료제 부작용·조작 논란에 대해 국내 여론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효과가 입증된 글로벌 임상연구들과는 다른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이슈라는 이유만으로 대중매체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확산되면서 정확한 판단보다는 무조건적인 사용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관련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불거진 논란만으로 해당 치료제의 효과를 무시하고 사용을 중단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환자 치료에 있어 이득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이은 부작용 논란…의료계 "공포심만 부추긴다"

지난달 일본에서는 '디오반'(성분명 발사르탄)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가 조작 발표됐다는 이유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점화됐다. 발사르탄 제제에 대한 투약 중단을 선언하는 병원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6월 말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전성 논란에 이어, 블록버스터급 신약인 디오반에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앞서 일본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서 접종 권장을 잠정 중단했으며,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이유로 자궁경부암 백신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이를 추가했다.

이후 이 같은 소식이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되면서 사회적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고, 급기야 자궁경부암백신 접종을 취소하는 사례까지 일어났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은 일본에서 발생한 부작용 이슈에 대해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일본에서 발생한 것과 유사한 심각한 부작용 보고는 확인되지 않았음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공포심으로 인한 접종중단은 장기적으로 자궁경부암 발생을 높이는 해로운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디오반 조작 논란 약 효과 문제 아냐"…"처방 변경 안될 것"

고혈압 치료제인 디오반 역시 조작 논란 이슈가 대중매체를 통해 사회적으로 불거지자, 의료진들은 일본에서의 이슈가 국내 환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경계했다.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인 경희의대 심장혈관내과 김종진 교수는 “발사르탄 제제는 국내에서 많이 쓰는 약제지만, 일본에서 나온 피부 부작용이 발견된 적은 없다”면서 “대중매체에서는 특파원까지 이용해 (일본 내 상황에 대해)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종진 교수는 “방문 환자 중 ‘하필이면 이 약이냐’며 (처방에)불안감을 가진 환자도 있었는데, 같은 고혈압 환자더라도 임상에 따라 처방과 선택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면서 “현재까지 처방을 바꾼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박창규 교수도 “이미 대규모 무작위 임상들을 통해서 심혈관계 효과가 입증된 만큼, 효과에 대해서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며 “오히려 대중매체가 이를 부추겨 혼란을 가중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동국의대 심장혈관내과 이무용 교수 역시 “디오반은 이미 이전에 시행된 여러 글로벌 연구 결과에서 효과를 입증했는데, 이제와서 일본 연구를 근거로 잘못됐다고 평가한다면 그 전 연구에 대해서도 조작됐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번 문제는 연구자의 윤리의식 문제지, 약의 효과에 대한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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