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요양병원 간 서비스 격차 커…못줄이면 질 향상 요원

[청년의사 신문 이승우] 2004년 113개에 불과했던 요양병원이 2012년 현재 1,100여개에 달하는 등 8년 새 10배가 늘어나면서 의료서비스는 물론 간병서비스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질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8년 요양병원에 대해 일당 정액수가제를 도입하고 적정성 평가를 시행해 질관리에 나섰지만 병원별 편차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요양병원에 대한 인증평가 강화 또는 부실 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08년 1월 요양병원형 정액수가제를 도입하고, 이를 계기로 구조(치료환경) 부문과 진료(과정, 결과) 부문을 평가해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등급을 매기는 방식의 요양병원별 적정성 평가를 시작했다.

지난 2012년 3월 현재 운영 중인 937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4차 적정성 평가’ 결과, 1등급 요양병원은 112개(12.0%)에 불과하며, 2등급은 184개(19.6%), 3등급은 251개(26.8%), 4등급은 239개(25.5%), 5등급은 123개(13.1%)였다. 평가를 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평가에서 아예 제외된 기관도 28개(3.0%)에 달했다. 이들 기관에 대해 구조 부문과 진료 부문을 점수화한 결과, 구조부문 점수와 진료부문 점수는 각각 77.6점과 61.7점이었으며, 이를 종합한 점수는 70.3점이었다. 이는 지난 2010년 실시된 3차 적정성평가 결과(구조부문 74.8점, 진료부문 56.9점, 종합점수 66.7점)보다 전체적으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심평원은 3차 적정성 평가 때보다 요양병원들의 서비스 수준이 평균적으로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항목별로 자세히 비교해 보면 평가지표에 따른 병원 간 격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예를 들어 응급호출벨을 갖춘 기관은 전체 937개 요양병원 가운데 653개(69.7%)였지만 설치하지 않은 곳도 65개(6.9%)였으며, 욕실 등에 바닥의 턱을 모두 제거한 곳이 655개(69.9%)인 반면 턱을 전혀 제거하지 않은 곳도 36개(3.8%)에 달했다.

진료부문 서비스 평가에서 병원 간 격차는 더욱 심각했다.

당뇨환자에게 당화혈색소검사를 실시한 비율과 65세 이상 노인에게 인지기능 간이정신상태검사를 실시한 비율은 각각 최대 100%에서 최소 0%로 병원 간 차이가 상당히 컸다. 상태가 좋지 않은 입원환자에게 유치도뇨관(소변줄)을 삽입한 비율도 2010년(최대 100%에서 최소 0%)에 비해 격차는 다소 감소했지만 최대 84%에서 최소 0%로 병원 간 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요양병원의 경우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요실금 환자들 79.2%에게도 유치도뇨관을 시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뇨질환은 노인에게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임상가이드라인에서 적절한 혈당 관리를 통한 합병증 예방과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기적 당화혈색소검사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간이정신상태검사 또한 노인들의 경우 치매가 없어도 사고, 섬망장애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입원 시 필수검사 사항이다. 특히 유치도뇨관 삽입은 노인사망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요로감염의 주요원인으로 시술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요양병원 간 의료인력 배치 격차 역시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요양병원 의사 1인당 평균 환자수는 31.0명인데 최대 65.1명까지 진료하고 있는 요양병원도 있다. 간호사가 1인당 평균 담당하는 환자수가 11.4명인데 최대 47.1명을 담당하고 있는 요양병원도 있었으며, 요양병원 내 상주하는 당직의사를 두고 있는 곳은 408개(43.5%)에 불과했다.

“일부 환자들 ‘방치’…돈 안 된다고 쫓겨나”

더욱이 일선 요양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 등에 따르면 요양병원들의 운영상태는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결과보다 더 열악해 보였다.

충북의 A요양병원에 근무하고 있다는 최모 실장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 인근지역의 경우 “경비를 줄이기 위해 환자들의 기저귀를 반으로 나눠 쓰거나 물을 적게 주는가 하면, 비뇨기과적으로 문제가 없는 환자들에게 유치도뇨관을 일률적으로 시술하는 병원들이 있다”며 “제대로 된 진료는커녕 간병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병원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또 “비교적 가벼운 치매환자들인데도 병원의 편의를 위해 보호자 동의 없이 신체를 구속해 관리하기도 한다”면서 “어떤 요양병원의 경우는 재활이나 물리치료시설이 갖춰져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고 환자들을 병상에 눕혀놓고 방치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경기도 B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김모(가정의학과 전문의) 과장은 “요양병원에서는 입원환자들의 특성상 낙상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별로 낙상위험도를 평가해 관리해야 하지만, 대다수 요양병원들이 이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어, 일어나지 않아도 될 낙상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의사 및 간호인력이 부족한 곳도 적지 않아 보인다.

지방의 C대학병원 서모 교수는 “상당수의 요양병원들이 의료인력 구성에 문제가 있다”며 “요양병원의 특성상 내과는 물론 신경과, 가정의학과, 정신과 등의 전문의들이 필요한데, 의외로 산부인과, 정형외과, 소아과 전문의들이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간호인력 기준의 경우 총 간호인력 중 1/3은 간호사, 나머지 2/3는 간호조무사로 고용해도 적정성평가에서 1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요양병원들이 간호사 대신 구하기 쉽고 인건비가 적은 간호조무사를 많이 고용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일부 요양병원들은 간병인 1인당 적정 환자수인 4∼5명을 넘어 8명∼12명까지 담당하게 하거나 인건비가 싼 조선족 간병인을 많이 고용해 적절한 환자관리는 커녕 명확한 의사소통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충북의 D대학병원장은 요양병원 감염관리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암환자, 급성기질환 치료 후 재활이 필요한 환자, 치매환자, 고령환자들로 감염에 취약한 편”이라며 “하지만 의사나 간호사, 간병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병원에서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고 강조했다.

일부 요양병원은 환자를 반 강제적으로 대형병원으로 옮기도록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의 E요양병원장은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환자에게 병원 측이 경증환자와 수가는 같은데 관리하는데 힘들다는 이유로 대학병원으로 옮길 것을 강요한 사례를 들었다”며 “이 환자는 근처 요양병원들에서도 입원을 거부당해 결국 경기도 소재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더라. 이는 사실상 요양병원들로부터 쫓겨난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진료·간병비 묶어 덤핑하는 요양병원들

최근에는 환자의 본인부담금과 간병비를 묶어서 ‘덤핑’하는 요양병원들이 생겨나고 있어 요양병원 질 향상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요양병원 김모 과장은 “보통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경우 한 달에 1인당 60∼70만원 정도의 본인부담금을 지불하고 간병비(간병인 1인당 환자 4명 담당)로 90~100만원 등 총 150∼160만원을 병원비로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 진료비와 간병비를 ‘패키지’로 묶어 한 달에 60∼70만원만 받고 환자를 유치하는 요양병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A요양병원 최모 실장도 “병원측에서 먼저 1년 등 장기입원을 전제로 할인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비가 부담스러운 환자 측에서 먼저 할인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F요양병원 오모 원장 역시 “입원실 한 개에 병상 12개를 들여놓고 간병인 한 사람이 담당하도록 하는 요양병원도 있다”며 “본인부담금과 간병비를 덜 받고도 수익을 내려다보니 시설이나 인력투자에 인색해지고 결국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런 요양병원이 주변의 다른 병원 환자들을 끌어가버리기 때문에 덤핑을 하고 싶지 않은 요양병원들까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덤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요양병원의 덤핑현상은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유치하려는 병원 측의 요구와 보다 싼 가격에 입원하려는 환자 측의 요구가 맞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세대 정형선(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요양시설에 들어갈 정도로 높은 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경증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환자들이다. 이들은 특별한 의료서비스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라면서 “보호자들 중 환자를 가정에서 부양하기 불가능하거나 꺼리는 사람들이 싼 요양병원을 선호한다. 입원환자가 적어 경영이 어려운 요양병원들은 이런 환자들이라도 입원시켜 정액수가라도 챙기려 하기 때문에 덤핑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요양병원에서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바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요양병원 30% 사무장병원…폐해 심각”

한편, 요양병원들 중 불법사무장병원들이 많은 것도 요양병원 질 향상의 저해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의회(이하 요양병원협)는 현재 총 1,100여 개의 요양병원 중 약 30%를 사실상 비의료인이 주인인 불법사무장병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무장병원 피해를 본 의사회원들의 모임’의 오성일 대표는 “2000년대 초중반에는 거의 요양병원의 반수 이상이 사무장병원 형태로 운영됐다. 지금은 그 수가 조금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은퇴의사나 개인적 사정으로 진료를 중단한 의사들에게 요양병원 개설자 명의를 대여해달라는 요청이 꽤 들어오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불법사무장병원들은 사실상 일반기업과 같이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요양병원협 윤해영 회장 역시 “진료비와 간병비를 덤핑하는 요양병원들의 대다수가 사무장병원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런 병원들은 일당 정액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는 요양병원 수가체계를 악용, 환자의 중증도를 실제 상태보다 높임으로써 보다 높은 가격의 수가를 청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질 향상 노력 기울이는 병원도 있어

하지만 모든 요양병원들이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부 요양병원 가운데는 선진화된 노인의료 및 요양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이나 일본 등을 방문, 우수한 요양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는 곳도 있다.

경남의 H요양병원은 병원장과 실무진들이 일본에서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노인병원(우리나라의 요양병원과 일종의 요양원인 ‘너싱홈’ 을 합친 형태로 운영됨)을 여러 곳 견학하고 이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해 시행함으로써 요양병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H요양병원은 환자들에 대한 유치도뇨관 시술과 신체구속 비율을 최소화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또한 욕창과 낙상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으며 운동 가능한 환자들의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입원실에서 화장실을 없애기도 했다.

이와 관련 H요양병원 김모 원장은 “일부 요양병원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환자들의 손발을 묶어야 한다’는 일부 그릇된 시각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불필요한 환자의 신체구속은 의료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요양병원 경영자들이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환자관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충북의 C요양병원은 최근 환자들의 질병과 활용 가능한 신체기능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 관리하는 ‘환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C요양병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현재 약 1,100여 개의 요양병원이 운영 중이지만, 환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은 거의 없다”면서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특성에 맞게 요양병원들이 병원운영 시스템을 새롭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질 관리 방안 강화해서 개선 실효 거둬야

정부도 요양병원 간 의료서비스의 질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양한 질 관리 개선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요양병원의 인증 의무제를 도입하고,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이하 인증원)’에 이를 위탁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 총 51개의 요양병원이 인증평가를 통과했으며 8월 중으로 35개 요양병원들이 인증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또한 올해 안에 200개 정도의 요양병원에 대해 인증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다. 더욱이 오는 2014년까지 10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들(400∼500곳)을 대상으로, 2015년까지는 100병상 이하의 요양병원들(350∼400곳)을 대상으로 인증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요양병원들 사이에서는 심평원 적정성 평가와 인증평가가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기준 또한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인증원 석승한 정책개발실장(안산시립노인전문병원장, 원광대병원 교수)은 “적정성평가 기준과 인증평가 기준은 요양병원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 및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증평가 기준을 설정할 당시 요양병원들의 현실적 상황들을 반영했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인증평가 기준은 점점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원도 요양병원 적정성평가의 진료부문 평가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심평원은 올 7~9월 요양급여 청구분을 대상으로 제5차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며, 이번 적정성 평가부터 진료부문 지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심평원 평가관리과 배덕임 차장은 “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이번 평가부터 진료부문의 지표를 강화해 적정성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진료환경과 진료내용 중심으로 평가기준이 강화됨으로써 요양병원의 진료환경 개선과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적정성 평가가 서류심사 위주로 진행돼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한편 심평원은 올해 안으로 요양병원에 대한 기획현지조사 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양병원계에서도 질 향상을 위한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총 1,100여 개의 국내 요양병원 중 600여 개를 회원병원으로 아우르고 있는 요양병원협은 최근 ‘한국형 착한 요양병원’ 정립과 저질 요양병원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 요양병원협 윤해영 회장은 ▲요양병원 병원기능정립 및 대국민 신뢰 구축 ▲노인 및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의료봉사 ▲노인의료정책 연구 및 학술활동 ▲요양병원 인증제 개선 ▲요양병원 종사자 직무능력 향상 교육 등을 사업목표로 채택·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18년이면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 14% 이상)로 접어들게 된다. 특히 오는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날로 증가하고 있는 노인환자들이 제대로 된 의료 및 간병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 인증원의 인증평가 등 제도적인 부분은 물론 요양병원계의 자정 노력 등이 한층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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