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 6일 담뱃값을 갑당 2천원씩 올리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담뱃값은 4천5백원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2004년 5백원 인상 후 8년만이다.

김 의원의 이번 발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과 궤를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건강 증진’과 ‘세수 확보’를 위한 담뱃값 인상이 검토됐다. 대한금연학회와 한국금연운동협회도 담뱃값을 두 배로 인상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기획재정부 역시 ‘담배가격을 인상할 때가 됐다’는 입장이었고, 최근 임명된 보건복지부 진영 장관도 청문회에서 담뱃값 인상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새 정부에서 담배가격 인상은 결정된 것과 다름없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런 국민 심리는 ‘담배 사재기 현상’로 나타났다.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려는 표면적인 이유는 흡연율 때문이다. 국내 담뱃값이 싸다보니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연스럽게 흡연율도 높다. 2009년 OECD 흡연율 통계에서 우리나라는 44.3%를 기록해 그리스(46.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청소년 흡연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시행하는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의하면 2012년 기준 청소년 11.4%가 흡연자로 조사됐다. 2005년 조사 이래 변함없는 수치다. 심지어 고3 남학생의 흡연율은 24.1%로, 웬만한 국가의 성인 흡연율에 육박한다.

많은 연구를 통해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성이 밝혀졌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2천원 인상시 흡연율이 현재 47.3%에서 2년 후 39.4%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비단 성인 흡연율뿐 아니라 청소년 흡연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을 크게 올릴 경우 쉽게 구입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나눠 피우는 행태’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격 인상을 해보니 고교생 흡연율이 1995년 36%에서 2001년 25%로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보건당국은 흡연율을 현재 44%에서 2020년까지 29%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꿈같은 목표는 아니다. OECD 평균인 27%와 얼추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연 구역설정과 담배 광고규제 등 비(非)가격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 가격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다만, 담뱃값 인상으로 생긴 재원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세련된 접근이 필요하다. 모자라는 복지재원에 충당하거나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일부라도 흡연률 감소와 직접 연관되는 금연 사업 등에 써야 한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향후 술에도 건강부담금 등을 부과할 수 있는 명분을 축적하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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