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의료분과장 '영국식 심리치료 접근성 확대' 건의국내 전문의들 "취지 동의하지만 국내 실정에 맞지 않아"


[청년의사 신문 엄영지]

OECD 자문가가 영국식 심리치료 접근성 확대 프로그램인 IAPT(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의 국내 도입을 건의했지만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난색을 표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한국 정신보건 발전을 위한 OECD 전문가 초청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컨퍼런스에서는 OECD 마크 피어슨(Mark Pearson) 보건의료분과장으로부터 국내 정신건강 의료체계의 문제점 및 개선 여지에 대해 듣고 국내 실정에 맞는 정신보건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국내 전문가와 논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특히 IAPT(심리치료에 대한 접근성 확대, 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 도입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피어슨 과장은 영국의 사회 정신건강 제도인 IAPT를 한국에서도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피어슨 과장은 “영국은 경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IAPT 제도를 두고 우울증·불안장애 등 경증 정신질환자를 케어하고 있다”며 “3만5,000여명이 치료를 받았고 회복률도 40~50%로 높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병가 냈던 사람들도 완쾌하는 등의 성과를 얻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병원 중심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어 이들이 퇴원한 뒤 갈 만한 지역사회 시설이 없다”며 “한국에서도 예산을 투자해 IAPT를 도입한다면 많은 경증환자들에게 다양한 인지 행동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국내 의료진은 취지는 좋으나 IAPT가 국내 의료실정에 맞게 도입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대국민 인식제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계백병원 이동우(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IAPT를 도입해 경증 정신질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병상 수 및 재원일수를 줄이자는 의견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영국에서 7조원의 예산을 들여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막대한 예산을 투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 2011년도 한국정신건강역학조사에 따르면 현재 치료를 받고 있지 않는 정신질환자의 80%가 자신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는지 모른다”며 “선진국에서 ’80년대에 우울증 캠페인 등을 통해 정신질환 인식제고를 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정신질환 인식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자살예방센터 이명수 센터장도 “IAPT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영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전달체계와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며 “이 보다는 기존 지역중심의 정신보건센터, 사회복귀시설을 취약한 지역사회에 좀 더 강화시키는 방안에 대해 생각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나철 회장은 “처음에 (가벼운 정신질환일지라도) 치료를 잘 하는 게 나중에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처음에 치료를 비전문적인 해놓고 나중에 (증상이) 나빠지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 치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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