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택 기자의 약올리기


[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프로포폴 논란을 보면, 비아그라 이후 단일 전문의약품으로 이렇게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 약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지난 2009년 마이클잭슨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돼 주목을 받은 프로포폴은 올해 국내에서 의사의 죽음과 관련됐고, 모 여자 연예인이 상습 투약했다는 등의 사건으로 박카스보다 더 유명해졌다. 이슈에 민감한 국정감사에서 주요 논의 소재 중 하나였다는 점이 그 유명세를 대변한다. 하지만 현재 거론 또는 보도되는 프로포폴 논란을 보면 '프로로폴=마약'이라는 공식만 적용되는 모습이다. 어디에 어떻게 왜 사용되는지 보다 누가 얼마나 사용했는지에 대한 관심만 높다. 또 어떻게 관리감독을 피해 빼냈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보도도 심심찮다.

프로포폴은 ▲전신마취의 유도 및 유지 ▲인공호흡 중인 중환자의 진정 ▲수술 및 진단 시 의식하 진정 등에 사용되는 수면마취제다. 수면내시경을 받을 때 주로 투여되는 마취제가 프로포폴이다. 이 약이 수면내시경 등에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마취가 빠르고, 마취에서 회복되는 시간도 짧으며, 다른 마취제들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오심도 적기 때문이다. 반감기도 짧고, 미국FDA 임신 중 약물투여지침에서 B등급으로 분류돼 임신부에게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도 이 약의 쓰임새가 넓은 이유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프로포폴은 장기간 남용할 경우 중독의 우려가 있다. 때문에 이 약물은 향정신의약품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프로포폴 안전 대책을 살펴보면 제재만 있는 듯한 모습이다.

100% 안전한 약은 없다. 최근 편의점 등에서 판매가 허용된 안전상비의약품도 남용할 경우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콜라도 많이 마실 경우 카페인 중독의 우려가 있다. 일반의약품이나 콜라를 중독 등의 우려 때문에 못마시게 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를 프로포폴과 비교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잘 쓰면 약, 못쓰면 독'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다. 프로포폴 또한 어떻게 안전하게 잘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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