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의 감별진단


[청년의사 신문 김철중]

병원이나 의사들은 으레 있는 관행으로 여기지만 의료계 밖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꽤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진료 인센티브와 세금 빼고 손에 쥐는 돈으로만 계산하는 봉직의사 월급 체계다. 편집국 기자들과 그런 얘기를 나누면, 그들은 무척이나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현재 인센티브는 병원이라는 자동차 엔진을 돌리는 휘발유와 같다. 입원시키는 환자 수당, CT·MRI 처방 건당, 시행하는 수술 건당 등 인센티브가 곳곳에 있다. 사립병원이건 국·공립병원이건 차이가 별로 없다. 일반 기업도 이런 정교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운영할까 싶을 정도다. 의사들은 진단이나 치료 적응증에 맞춰 진료 업무가 진행되고, 인센티브는 그저 동기부여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도한 인센티브가 존재하는 한, 궁색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환자가 몰리는 대형병원 교수들은 ‘인센티브 재미’에 암 수술을 밤 11시에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암 수술이 새벽녘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환자들은 수술 의사가 최적의 상태에 있을 때 수술받을 권리가 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해서 수술 인센티브로 받는 액수가 본봉의 2~3배에 이른다. 지나치게 높게 평가된 병원 명성 탓에 몰려 오는 환자, 그것을 인센티브로 암 수술 공장처럼 굴리는 병원, 그 상황을 은근 즐기는 의대 교수가 있는 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 현상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새벽 3시에 MRI를 찍고, 방사선 치료를 하는 병원은 우리나라밖에 없지 싶다.

일반 상품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쌍방향 정보교환을 통해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주도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다르다. ‘전문가 의사’가 “당신, MRI 찍어야 한다”고 하면 ‘일반인 환자’는 그렇게 믿고 따라야 하는 상황이 대다수다. 여기서 진료 인센티브의 덫이 생긴다. 의료윤리 일탈 유혹 구조다.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서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지 알려면 엑스레이만 찍어봐도 된다. 하지만 일부 민간병원은 관절염 환자에게 모두 MRI를 찍게 한다. 외래진료 환자당 수술환자 비율이 높은 의사에게는 인센티브를 듬뿍 주고, 환자가 수술을 예약했다가 취소하면 의사 월급을 깎는 병원도 있다. 이 정도면 인센티브가 아니라, ‘과잉진료 격려금’이다. 그런 병원이 의료시장의 물을 흐리며 크게 성장한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밀어낸다. 그 동력의 핵심이 인센티브다. 환자에 대한 치료 성적이 좋고 합병증이나 후유증 발생이 적은 경우에 주는 인센티브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실적 위주다.

프랑스 같은 나라는 아예 진료 업무와 관련해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외국 유명 병원에서도 인센티브를 주곤 하지만 연말에 팀별로 주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인센티브에 제어장치를 둔다. 의사를 뽑을 때 인센티브를 목적으로 과잉진료를 하면 병원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서약을 하도록 한다. 부적절한 의료행위를 조사하는 별도 프로그램도 있다. 우리나라 병원이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면서 그런 감시체계를 운영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지금 한국 병원은 액셀러레이터만 있고 브레이크는 없는 자동차 꼴이다.

네트 개념의 의사 월급 체계는 결국 세금 탈루의 계기가 된다. 병원들은 의사 연봉을 줄여서 신고하고 나머지는 재주껏 메우는 식이다. 그럼 36%의 소득세는 누가 어디서 낸단 말인가. 사정이 어찌 됐건 의약품 할인·할증 수수 관행이 의약분업 도입 빌미가 됐고, 제약회사로부터 받는 무분별한 리베이트가 쌍벌제법 도입 계기가 됐다. 과연 인센티브와 네트 월급이 날로 투명화되는 현실에서 계속 유지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의료계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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