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윤구현]

얼마 전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강연에서 민영보험의 역할에 대해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임 장관은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이 공존하는 구조를 잘 만들어 나가는 것이 과제다”, “건강보험과 각종 민간보험의 상호 보완을 위해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보건정책의 수장인 복지부장관이 민간보험에 대해, 그것도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긍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지 않나 싶다.

같은 정권임에도 전재희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의 민간의료보험 확대의견에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이날 임채민 장관의 말처럼 국민건강보험은 녹록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보험료를 매년 인상시키고, 건강보험 급여비를 매년 인상하고 있지만 보장성은 63%대에 머물러 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장성이 오히려 감소했다.

국민 의료비 지출은 OECD 평균인 9.7%에 못 미치는 6.7% 수준이지만 증가속도는 OECD국가 평균의 2배를 넘는다. 이렇게 의료비가 오르는 원인이 어느 나라보다 빠른 노령화 때문이라는 것은 의료계 종사자라면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머지 않아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은 자명하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가까운 대만이나 일본처럼 건강보험료가 9%대에 달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만만찮은 국민적인 저항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건강보험료를 올리면서, 매번 원가 이하의 진료비를 하소연하는 의료계에 지금과 같은 희생을 요구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의료보험은 손쉬운 해결책처럼 보일지 모른다. 소득이 있는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건강보험료보다 훨씬 적은 실손보험료로 비급여 부분을 상당 부분 보장받을 수 있다.

정부입장에서 보면 물가상승률 정도만 인상돼도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이 건강보험료인데, 실손형 보험은 3년 갱신 때 40%가 인상돼도 여전히 계약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부럽기도 할 것이다. 만일 건강보험료를 실손형 보험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그 반발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임 장관이 말한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민간보험은 건강보험의 비급여 부분을 보장하는 실손형 보험일 것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1년 초 기준으로 실손형 보험 가입자는 국민의 45%에 달한다.

그러나 이 말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실손형 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간보험은 이미 아프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과 계약하지 않는다. 만약 어느 민간보험사가 아프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을 받아준다면 사람들은 아프기 전까지, 나이가 들 때까지 보험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리 돈을 낸다고 혜택을 더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모든 국민을 강제 가입시키는 이유 중에는 이러한 역선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도 있다. 아직 실손형 보험을 계약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보험을 싫어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이미 치료받는 병이 있기 때문에, 또는 과거 치료받은 병이나 나이가 너무 많아서 계약을 못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60세 이상의 실손보험 가입률은 12% 정도에 불과하다.

민간보험이 건강보험을 보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현재 민영보험과 계약할 수 없는 만성질환자, 장애인, 노인의 보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

자동차 보험은 의무가입이지만 국가가 아닌 민간보험회사와 계약한다. 의무가입이기 때문에 계약자에 대한 차별도 없다시피 하다. 실제로 모든 국민이 민간보험사와 건강보험을 의무적으로 계약해야하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그래도 지금처럼 보험료가 저렴할까? 그렇게 된다면 굳이 건강보험이 아닌 민간보험사가 그 역할을 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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