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받은 병원 대부분 1등급, 변별력 떨어져심평원 "빅5 쏠림 심각, 지역에도 1등급 병원 많다" 강조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기관별 위암·대장암·간암 수술사망률 평가 결과를 최초로 공개했다. “의료기관에 따라 진료결과 차이가 커지고 암 사망률에 대한 사회적 공개요구가 높아 평가를 추진하게 됐다”는 게 심평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평가 결과를 접하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의료기관별 편차가 크지 않고 평가를 받은 의료기관 대부분이 1등급을 받는 등 변별력이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평원 스스로 “낮은 등급이라고 해서 수술을 못하는 의료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어, 무엇을 위한 평가이며 누구를 위해 결과를 공개했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심평원은 지난달 22일 발병률이 높은 위암, 대장암, 간암을 대상으로 2010년 한 해 동안 이 3개 암을 수술한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302개소의 진료기록을 수집해 암 수술 후 입원 중 또는 30일 이내 사망한 비율인 수술사망률을 평가했다. 심평원은 의료기관별 수술사망률 평가 등급을 2개 등급으로 구분해 공개했는데 위암·대장암·간암 모두 1등급을 받은 의료기관이 51개소였다.

얼핏 보면 암 수술을 하는 302개 의료기관 중 51개소만 1등급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암 수술 건수가 연간 10건 미만인 의료기관(등급제외)과 환자 위험요인 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의료기관(평가제외)은 아예 평가 대상에서 빠졌다. 302개 의료기관 중 절반가량이 평가를 받지 않았으며 평가를 받은 의료기관은 대부분(위암 87.7%, 대장암 89.7%, 간암 90.3%) 1등급을 받았다. 위암 수술사망률 평가에서 2등급을 받은 의료기관은 13개소뿐이었으며 대장암은 14개소, 간암은 6개소만 2등급을 받았다.

평균 수술사망률이 1% 안팎(위암 0.92%, 대장암 1.63%, 간암 1.88%)이고 1, 2등급 간 편차도 적다.

때문에 심평원도 2등급을 받은 의료기관이라고 해서 수술을 못하는 곳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1,2등급으로만 나뉜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순간 1등급은 ‘수술 잘하는 병원’, 2등급은 ‘수술 못하는 병원’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심평원은 환자 중증도를 보정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사망원인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위암 권위자인 노성훈 교수가 있는 세브란스병원이 위암 분야에서 2등급을 받자 평가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1등급과 2등급의 격차가 크지 않아 변별력이 떨어지고 데이터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평가 결과를 심평원은 왜 공개했을까. 심평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서울에 있는 빅5병원에 다 쏠리고 있는데 이번 평가 결과를 보니 다른 지역에도 1등급 병원이 골고루 있었다”며 “그러면 환자들이 무리해서 서울로 올라오지 않고 지역에 있는 병원에 가서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평가 결과 공개는)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한 대학병원 교수는 “빅5 병원이 모두 1등급을 받는 것보다는 한 곳이라도 2등급을 받아야 자신들이 한 일에 큰 의미가 부여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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