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 평가시 사망원인 빠진 행안부 자료 이용세브란스, 중증도 보정 못한 자료 넘기기도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국내 의료기관의 위암·대장암·간암 수술사망률 평가결과에 세브란스병원이 충격에 휩싸였다. ‘빅5 병원’ 중 유일하게 위암 분야에서 2등급을 받으면서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지난 25년간 위암 수술만 8,000건 이상 한 세계적인 위암 권위자인 노성훈 교수가 있는 세브란스병원이 위암 분야에서 2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에 의료계도 의아해 했다.

세브란스병원의 ‘굴욕’은 의아함을 넘어 암 수술사망률 평가 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다. 즉각 환자 중증도 보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자료로 평가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심평원은 수술 후 실제로 발생한 사망환자 비율인 ‘실제사망률’과 해당 의료기관의 환자 사망 위험요인을 보정한 ‘예측사망률’을 비교했다며 이같은 비판을 일축했다. 예측사망률은 개별 의료기관이 전국에서 평균적인 진료를 한다고 가정할 때 해당 의료기관의 환자 사망 위험요인을 보정해 예측한 사망률이다. 심평원은 특히 각 의료기관별로 직접 환자 위험요인을 보정한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병원마다 환자 중증도 보정 작업

심평원은 평가 대상인 의료기관으로부터 위암·대장암·간암 수술을 받은 환자에 대해 BMI(비만지수), ASA점수(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s, 마취과의사가 평가한 환자 상태), 동반수술여부 등을 보정한 자료를 받아 성별, 연령, 수술유형, 동반상병 등이 기재돼 있는 청구자료와 함께 검토해 중증도를 보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청구자료만 이용해 사망률을 분석해 환자 중증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던 점을 보완한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기관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 환자 중증도 보정인데, 병원에서 제출한 조사자료에 BMI, ASA점수, 동반수술여부, 암병기, 식도침범여부 등을 반영하도록 했다”며 “환자 사망 위험요인을 보정한 예측사망률과 실제사망률을 단순 비교하면 위험할 수 있어 예측값에 대해 95% 신뢰구간도 정했다”고 강조했다.

환자 중증도 보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료기관마다 원하는 만큼 (중증도 보정이) 안됐다는 의미인 것 같다”며 “서울이든 지방이든 ‘우리 병원이 가장 수술을 잘하고 어려운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병원의 실정은 객관적으로 모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중증도 보정이 안됐다고 하는 건) 주관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고도 했다.

심평원이 각 의료기관이 환자 중증도를 보정해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면서 이 작업에 의료 인력이 총동원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BMI나 ASA점수, 암 병기, 동반수술여부 등 환자 사망 위험요인을 확인해서 관련 자료를 만들어야 해 업무부하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작업을 했던 한 의사는 “인건비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병원의 인력을 동원해서 만들어야 하느냐”며 “심평원이 필요한 자료를 왜 병원에게 만들라고 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개했다.

중증도 보정 제대로 못한 세브란스

물론 세브란스병원도 환자 중증도를 보정하는 작업을 거쳐서 관련 자료를 심평원에 제출했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자료가 세브란스병원에게 ‘위암 수술사망률 2등급’이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중증도 보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자료를 넘겨 중증보다는 경증 환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세브란스병원의 중증도가 낮은 것으로 돼 있다. 경증 암환자를 많이 보는 것으로 돼 있다”며 “BMI도 확인하고 ASA점수도 내야 하는데 (이런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갖고 있던 자료를 그대로 제출해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병원 뿐 아니라 일부 병원들도 갖고 있던 자료를 그대로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심평원 관계자도 “전체 분포를 보면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인데도 경증환자를 많이 받는 것으로 돼 있는 면이 있다”며 “하지만 그쪽(세브란스병원)에서 제출한 자료”라고 말했다.

실제사망률이 예측사망률 구간(예측 값의 95% 신뢰구간)의 상한치보다 낮으면 1등급, 높으면 2등급으로 평가되는 만큼 환자 사망 위험요인이 제대로 보정되지 않으면 예측사망률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2등급을 받은 위암수술의 실제사망률은 1.08%로 1등급을 받은 간암수술(1.47%)보다 낮았지만 예측사망률(위암 0.43%, 간암 1.09%)에서 차이가 벌어졌다. 세브란스병원이 환자 중증도 보정을 제대로 해서 자료를 제출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환자 사망원인 파악 안돼

이처럼 심평원이 사망률 분석에 환자 중증도를 반영했다는 것은 발전적인 모습이지만 한계는 있다. 정확한 사망원인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실제사망률과 관련된 자료는 행정안전부의 사망자 정보를 이용했다. 행안부 정보에는 사망원인이 자세히 기록돼 있지 않다. 때문에 심평원도 이번 수술사망률 평가에서 사망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누락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행안부 자료에는 사인에 대해 자세히 기록돼 있지 않아 가져올 수가 없다”며 “우리는 입원 기간에 사망했는지, 수술하고 30일 이내 사망했는지를 알 수 있는 사망 날짜만 갖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노성훈 교수는 “사망한 환자가 위암 수술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사망했는지를 정확하게 봐야 한다”며 “심평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분류한 환자 중에는 위암이 아닌 복막염 때문에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특정 의료기관에 한해 제외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사인에 대해 특별히 분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어느 한두 병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전반적인 문제이므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술사망률보다 생존율이 중요

암의 경우 수술 후 입원 중 또는 30일 이내 사망한 비율(수술사망률)을 평가하기보다는 장기생존율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성훈 교수는 “수술사망률이 1% 내외면 나머지 99%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중요한 건 암이 재발하느냐, 완치되느냐다”라며 “환자들의 장기 생존율, 완치율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도 “심평원이 위암, 대장암, 간암을 잘 치료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환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면 5년 생존율도 반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심평원도 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더 중요하다고 인정했지만 장기적인 추적 자체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환자가 한 병원에서만 진료를 받으면 모르지만 여기저기 다니면서 진료를 받고 민간요법도 받는다. 그러다 보면 추적도 힘들고 사망원인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며 “5년 생존율은 국가 차원해서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심평원이 조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평가 대상 확대, 논란 계속될 듯

최초 공개된 암 수술사망률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이 암 영역 평가를 확대하고 평가 범위도 진료결과에서 진료과정으로까지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은 암 수술사망률 2차 평가는 위암과 간암을 대상으로 2012년도 진료분 자료를 수집해 이번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 후 2013년에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또 유방암에 대한 평가는 오는 7월부터 6개월 동안 실시해 올해 말에는 결과를 발표하고 폐암은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예비평가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진료결과는 물론 진료과정까지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은 대장암에 적용된다.

환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료계도 이견이 없다. 최초로 암 수술사망률을 공개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개된 정보가 오히려 환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받아들여 수술사망률 평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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